의약품시장 선점효과 커…국내 바이오기업 글로벌시장 고지전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바이오기업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각각 1승씩 나눠가지며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의약품 시장은 무엇보다 '선점효과'가 크기 때문에 연구에서 임상시험, 규제당국 허가 과정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하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삼성은 유럽에서 상대보다 한 발 빠른 행보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0일 각 사에 따르면 삼성의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유럽 허가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여부에 대해 '긍정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EMA의 최종 판매 승인은 11월 중으로 예상된다. 승인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유럽에서 판매 가능한 최초의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온트루잔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약은 유방암치료제 '허셉틴'을 복제한 제품이다.
삼성의 발빠른 행보에는 운도 크게 작용했다. 미국 제약회사인 마일란(Mylan)이 삼성보다 빨리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승인신청서를 유럽에 냈지만 생산시설 문제로 지난달 신청을 자진 철회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관절염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에 이어 두번째 퍼스트 무버(최초 진출) 제품을 보유하게 됐다"며 "허셉틴 시장을 잠식해내는 데 있어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로슈가 판매해온 허셉틴은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이 70억달러(8조원), 유럽 매출 19억유로(2.4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다.
셀트리온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승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허쥬마'에 대한 승인신청을 유럽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삼성보다 한 달 늦었다. 회사 측은 내년 초 CHMP 개최에 이어 내년 상반기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삼성이 셀트리온을 앞섰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셀트리온 미국 파트너사인 테바(Teva)는 올해 7월 미식품의약국(FDA)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대한 승인을 신청했다. 승인이 이뤄지면 최초의 미국 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가 된다. 셀트리온 측은 내년 하반기 미국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선점을 놓고 두 회사가 미국과 유럽에서 1승씩을 거둔 셈이지만, 앞선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선 셀트리온이 완승을 거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두 군데에서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삼성의 플릭사비보다 먼저 출시돼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승인 속도에 목을 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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