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상등교 불구 조부모에게 맡겨지거나 개인일정
워킹맘들은 아이돌보미 구하고 취소하느라 오락가락
일부 유치원 원장들 "기사에 댓글 달아달라" 종용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선생님, 오늘 유치원 정상등교 맞지요?"
워킹맘 윤영미(서울 공덕동) 씨는 18일 아침 여느 때처럼 6살(만 4세) 아이와 유치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확인 전화를 걸었다. 분명 어제 오후 '18일 휴업이 철회되고 유치원을 정상 운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차량 탑승장소에는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밤 사이 다시 휴원하기로 입장이 바뀐건가"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당초 휴원을 예상한 다른 엄마들끼리 오늘 하루 놀러가기로 약속하고 계획대로 나들이를 떠난 후였다.
김은덕(서울 암사동) 씨는 이날 오후 업무시간이 끝나면 2시간 거리 시댁으로 달려가 5살 난 아들을 데려와야 한다. 지난 금요일 집단휴업을 철회한다고 했던 유치원이 토요일 다시 휴업을 강행한다고 알려와 어제(17일) 오전 아이를 부모님댁에 맡겼는데, 오후 늦게서야 휴업이 철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김씨는 "유치원이 휴원 철회를 늦게 알려준 탓에 우리 아이만 괜시리 하루 수업을 빠뜨린 셈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립유치원들이 집단휴업을 철회했지만 일부 유치원에서는 상당수 재원생들이 결석을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주말 내내 휴업강행과 철회를 반복하고 번복한 유치원단체를 향해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유치원 휴업에 대비해 무리해서 회사에 휴가를 내거나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느라 분주했던 학부모들의 분노는 더 크다. 학부모 김미영(서울 목동) 씨는 "간신히 구한 아이돌보미를 지난 주말에 오지 마시라고 했다가, 다시 오셔야 한다고 애걸하다, 안오셔도 된다고 말하느라 면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당초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새로운 유아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집단휴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18일 휴업을 예고했다. 이어
한유총은 15일 오후 교육부와의 간담회 이후 '휴업 철회'로 가닥을 잡는 듯 했으나 16일 새벽 다시 "우리 요구안과 심각한 의견차가 있다"면서 휴업강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휴업 참여 시 징계 수위를 강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사회적으로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한유총은 17일 다시 "휴업을 하지 않겠다"면서 입장을 바꿨다.
잇단 입장 번복으로 혼란을 겪은 유치원 학부모들은 "지금 발언은 또 어떻게 믿느냐"면서 강한 불신을 내보이고 있다. 이들은 유치원 측이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삼았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명지(경기 일산) 씨는 "주말 내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유치원들이 끝까지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혼란을 넘어 이제는 유치원에 대한 불만과 불신만 남아 하루 빨리 병설유치원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유치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안내하고, 유치원 집단휴업에 찬성하는 댓글을 달게끔 강요하는 등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의구심도 내놓았다.
한민영(경기 오산) 씨는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와 얘기하다 보니 유치원에서 보내온 해명 문자라는 게 유치원이름 부분만 다르고 완전히 똑같던데 이것도 한유총의 집단행동이냐"며 "'부모님들의 협조 아래 진행된 휴업', '교육부가 책임 있는 답을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등과 같은 문구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학부모 최지원(서울 신천동) 씨는 "유치원에서 문자메시지로 특정 언론사의 기사 링크를 보내온 뒤 '이 기사를 메인으로 추천해 주시거나 무상교육 실현가능 댓글도 달아 달라'며 아예 댓글 조작을 종용했다"고 귀띔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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