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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와 '오만' 사이 오가는 김상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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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와 '오만' 사이 오가는 김상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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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취임 100일을 눈 앞에 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사이다(속 시원함을 뜻하는 유행어)'와 '오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랜차이즈와 유통, 하도급 등 매달 속 시원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기업들에 대한 엄포도 끊이지 않아 오만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지난 6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 위원장은 오는 2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3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각 분야의 개혁안을 쏟아냈다. 취임 약 한 달만인 7월 18일에는 프랜차이즈 갑질을 막기 위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을, 그 다음 달에는 유통분야의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8일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하도급 부문 중 기술유용 방지대책을 공개했다. 11월 중에는 하도급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대리점 역시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취임한 지 반년만에 4대 부문(프랜차이즈ㆍ유통ㆍ하도급ㆍ대리점) 대책을 모두 마련하는 셈이다.

불도저같은 실행력의 원천은 '경제 실세'로 꼽힐 만큼 두터운 문 대통령의 신임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에게 "막힌 곳을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은 물론, 공정위를 깜짝 방문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공정위 조직 규모를 단번에 60명 늘린 것 역시 실세인 김 위원장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공정위 정원은 2011년 9월 514명에서 지난해 말 536명으로 5년간 22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위원장 취임 직후 정원이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기업집단국의 부활과 더불어 보수정권 9년간 위축됐던 공정위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다처럼 정부의 막힌 속을 뚫어주는 김 위원장에게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트러블메이커 측면도 공존한다. 지난 7월 6일 기자회견에서 농담처럼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먹는다"고 발언한 것이 첫 설화(舌禍)였다. 대표 재벌개혁 방안인 은산ㆍ금산분리 등 여러 부문에서 협업해야 할 금융위와 불편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추후 김 위원장은 실언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지난달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공권력에 도전한다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엄포를 놓기도 했다. 특정 대상을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프랜차이즈 대책을 마련한 후 업계와 정보공개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7일에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을 정면 비판하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처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또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김 위원장의 설화가 불거졌을 때는 기업 관계자들이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지만, 이번 발언에는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벤처 1세대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김 위원장에게 '오만'하다고 일침을 가한데 이어 신상목 전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도 '다른 나라라면 소송감'이라며 일갈했다.


문 정부가 여전히 '관(官)이 치(治)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스티브 잡스'에 비교한 것을 꼬집으며 "정부가 기업을 앞에서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세종=이지은 기자 leezn@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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