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9개의 다리’로 北 건너뛰고 러시아와 경제협력 추진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발표한 ‘신(新)북방정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북한을 건너뛰고 러시아와 직접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러시아의 극동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그 동안 남북관계의 어려움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던 사업들을 포함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더 우선하는 목표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남-북-러 삼각체제가 가장 좋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두 나라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러 3각 협력을 위해 그간 논의돼 온 야심찬 사업들이 현재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힘을 합쳐 협력할 수 있는 사업들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환태평양 국가들과 투자, 교역, 금융 협력을 심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올해 말까지 한국과 합작기업 설립을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우선시 하겠다고 해서 북한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북한도 동북아경제협력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 또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인 해법”이라며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경제협력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것이 이익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의 경제 협력을 위해 두 나라 사이에 '9개의 다리'(9-Bridges 전략)를 놓아 동시다발적 협력을 이루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9개의 다리'는 가스와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분야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9개의 다리가 바꿔 놓을 미래의 청사진을 하나씩 설명했다. 조선해운 협력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며 국제 해운의 환경을 바꿔내는 일“이라고 표현했고, 북극항로 개척은 ”자루비노항의 개발과 맞물려 한국의 조선산업이 결합한다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신 실크로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이 9개의 다리는 미래를 향한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이 끝난 뒤 이어진 사회자와의 일문일답에서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경제적 유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한국의 철도가 북한을 넘어 시베리아 철도로, 중국의 철도로 연결되길 바란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럽으로, 런던까지 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러시아는 생산기지뿐 아니라 소비시장, 물류, 에너지 면에서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블루오션"이라 말했다.

‘9개의 다리’로 북한을 건너뛰고 ‘블루오션’인 러시아와 직접 경제 협력을 추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행정 절차 등 외국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도 “기업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인정할 정도로 러시아의 기업환경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