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자치구, 입장권 2만장 구매해 주민에게 배포하기로...교통편의, 음식 등도 제공...지방선거 코 앞, 선거법·부정청탁금지법 논란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지난달 31일 회의를 열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지원 추진'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전 세계 95개국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동계스포츠의 제전이지만, 아직까지 정작 개최국인 우리나라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한 결과 올림픽에 관심 있다는 사람은 40%, 경기 관람 의사가 있는 이는 9%에 그쳤다. 또 최근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직접 공문을 보내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5개 자치구들은 우선 저조한 올림픽 입장권 판매를 돕기 위해 구청별로 인구의 0.2%에 해당하는 숫자의 입장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서울시 인구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993만616명인 것을 감안하면 1만9875장 정도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1316장으로 가장 많고, 강서구 1191장, 은평구 1136장, 강남구 1135장, 관악구 1014장 등의 순이다. 올림픽 입장권이 2만~8만원 사이인 점을 감안해 평균을 5만원으로 잡으면 약 10억원어치에 해당된다.
이를 위해 자치구들은 올해 및 내년 예산에 입장권 구입과 함께 교통ㆍ음식 등 편의제공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또 자치구청 소속 공무원들도 전 직원 대상 워크숍 등의 형식으로 입장권ㆍ교통편ㆍ음식 등 올림픽 경기 관람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전 직원 배지달기 등 올림픽 홍보 참여, 지역 내 올림픽 마스코트(수호랑ㆍ반다비) 조형물 및 현수막 설치,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한 대회 홍보 등에도 힘쓰기로 했다.
문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자치구들이 예산을 들여 올림픽 입장권을 배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강원도와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선거법ㆍ청탁금지법 등의 위반 논란에 대해 유권해석을 받아 보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올림픽조직위 입장권판매팀 관계자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자치단체장 명의가 아니라 자치단체, 즉 법인 명의로 올림픽 경기 입장권을 구매해 배포하고 교통ㆍ음식 등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2조상 금품제공 금지 원칙의 '예외 대상'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도 입장권 배포 및 편의제공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주민ㆍ민간단체, 사회단체, 학생, 군인, 아마추어 스포츠동호회, 응원단 등 공직자가 아닌 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가족 포함)도 전 직원 대상 워크숍 개최는 문제없으며, 기업에서 구입한 입장권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공직자'가 아닐 경우 합법"이라고 봤다.
하지만 일부 선거법 전문가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올림픽지원특별법상 행정ㆍ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합법적인 지원이라고 해석한 것 같다"며 "과연 현역 자치구청장들이 아닌 경쟁 예비 후보들이 문제를 삼아 소송이 벌어졌을 때 법원도 똑같이 해석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찌됐던 지자체장들이 모든 구민들을 대상으로 다 주지 못할 바에야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매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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