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진…핵실험 또 감행될 경우 산 붕괴로 방사능 누출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 산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고 중국의 연구진이 경고하고 나섰다.
홍콩의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소재 중국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이 풍계리에서 감행된 핵실험에 따른 충격파를 측량ㆍ분석해본 결과 이렇게 결론 내렸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과학기술대학 지구물리학연구소의 원롄싱(溫聯星) 조교수는 "100개가 넘는 중국 내 지진관측소에서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론"이라고 밝혔다.
중국핵학회의 왕나이옌(王乃彦) 전 회장은 "원 조교수의 데이터가 정확하다면 이는 엄청난 환경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왕 전 회장은 "풍계리에서 핵실험이 또 감행될 경우 산 전체가 무너져 갱도가 노출되면 그곳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중국 지진국은 북한이 낮 12시 29분쯤 풍계리 인근 지역에서 6차 핵실험을 한 지 약 8분 30초 뒤 규모 4.1~4.6으로 추정되는 지진이 또 관측됐으며 지진의 원인은 '붕괴'라고 발표했다.
풍계리 지역은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모든 산이 핵실험장으로 걸맞은 것은 아니다. 왕 전 회장은 "정상이 매우 높고 경사면은 비교적 평평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계리의 산이 얼마나 오랫동안 버텨줄까. 이는 핵폭탄을 어디 설치하느냐에 달렸다. 왕 전 회장은 "핵폭탄이 수직갱도 밑에 설치될 경우 폭발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직갱도를 건설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인데다 비용이 많이 든다. 폭발 이후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케이블 및 센서 설치도 쉽지 않다.
그러니 산 중앙까지 수평갱도를 파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이럴 경우 붕괴 가능성이 높아진다.
왕 전 회장은 북한의 핵폭탄 위력이 점차 커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00kt이면 비교적 큰 규모"라며 "북한은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 특히 중국에도 큰 위협이 되는 핵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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