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중국 공장까지 가동이 중단되며 설상가상인 상황에 빠졌다. 판매 부진으로 대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지 부품업체가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부품 공급이 이뤄질 때까지 공장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하반기 판매 회복과 충칭공장 가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4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주부터 하나둘씩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해 이날 1공장까지 가동을 멈추며 전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공장이 갑작스레 가동은 멈춘 것은 현지 부품사가 납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플라스틱 연료 탱크 등을 공급하는 베이징잉루이제는 현대차로부터 대금 지급이 계속 미뤄지자 지난 22일부터 납품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프랑스 회사인 플라스틱옴니엄의 중국 합작회사다. 이 회사가 베이징현대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은 25일 기준으로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총 매출의 68%가 베이징현대에서 발생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료 탱크의 경우 필수부품이기 때문에 이 부품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가동 재개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현대는 앞서 지난달 말부터 일주일간 중국에서 가동 중인 4개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여름휴가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지만 현대차가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여름휴가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지난해 10월 가동에 들어간 창저우공장이 라인 점검을 이유로 일주일간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가동 중단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 판매 회복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현대차는 올해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달에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췄다. 하반기 50만대를 판매해야만 80만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하반기 50만대 판매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충칭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중국내 5번째 생산거점인 충칭공장은 당초 8월말부터 가동에 들어가 올해 소형 신차 약 3만여대를 생산한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부품 수급 차질로 4개 공장이 전면 가동 중단한 상태여서 충칭공장 역시 정상적인 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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