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협회 간담회
매년 임금인상 요구 파업 강행
"IMF 시절보다 힘들어"
경영자들 노조리스크 강력 경고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IMF(국제통화기금) 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해마다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뿐이다."(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자동차업계 경영자들이 노조 리스크로 인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추락을 경고했다. 우리 자동차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노조의 극한 이기주의가 어렵게 쌓아올린 대한민국 자동차 위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다며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 "최악의 경영환경…통상임금 뭘 잘못햇길래" 한탄 = 박 사장은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개최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에 참석해 판매량 감소와 통상임금 소송 등으로 최악의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위기라고 하며 많은 것을 이야기 하는데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2년 연속 판매량이 줄어든 게 위기의 시그널"이라며 "올 상반기 중국에서 판매량이 50% 감소하고 미국에서도 소매 판매 기준 8~9% 빠졌는데 이런 것 자체가 위기로 인식될 수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익은 78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 급감하면서 2010년 이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폭탄은 통상임금 소송이다. 만약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 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지게 되면 당장 기아차의 경쟁력에 치명타가 가해진다. 기아차가 국내 자동차생산의 37%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경영 위기와 경쟁력 위기는 곧바로 기아차 1ㆍ2ㆍ3차 협력업체, 더 나아가 현대차까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건비 상승, 법적 쟁송 남발 등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까지 흔들리게 된다. 최근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한 재판부가 회사측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려 안심하기엔 이르다.
박 사장은 "회사가 뭘 그리 잘못했나 몇날 며칠 고민을 했는데 특별히 잘못한 것 없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에 돈도 많이 주고 노동부 지침 따르며 국가 경쟁력 높이는데 이바지했는데 문구 하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박 사장은 그러면서 "제 걱정은 과거 소급분보다 미래분"이라며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 많은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현재보다 인건비 50% 더 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계속해서 잔업을 해야 할지말지 고민하게 된다. 현대차도 고민하게 될 것이고 결국 노동시장 분란이 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車업계, 인건비 오르는 고비용-저효율 고착화 문제= 간담회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자동차 산업이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인건비는 올라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한국 자동차 업체는 인건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영업이익은 최하위"라며 "우리나라 인건비 구조가 생계보존형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매년 노조가 임금을 두고 투쟁을 하고 파업이 관행화돼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 인건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면서 "인건비가 10%를 넘으면 수지가 안맞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2% 수준이다. 도요타나 폭스바겐은 9% 넘지 않는다. 고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은 자동차산업의 위기극복과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노동유연성을 제고하는 노동시장 개혁과 환경, 안전, 소비자보호 등 각종 규제완화,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노조, 연례파업 생산차질 불가피 = 현대기아차와 협력사, 학계까지 나서 위기극복을 위한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연례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14일, 17일, 18일, 21일까지 부분 파업을 벌였다. 이미 1만여대를 만들지 못해 4000억원 가량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기아차 노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22일 부분 파업에 돌입해 현대기아차 모두 '6년 연속 파업 기록'을 세웠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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