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해외경제포커스 '글로벌 로봇산업 현황과 과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우리나라가 로봇 밀집도 세계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고용과 소득재분배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취지의 로봇세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최근 우리나라 세법개정안에서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이 축소되면서 초기 단계의 로봇세가 도입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글로벌 로봇산업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로봇수를 의미하는 로봇밀집도(산업용 로봇)가 2015년 531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171)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세계 평균(69)은 물론 싱가포르(398), 일본(30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세계 로봇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18%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산업 자동화를 주도하면서 매년 20%, 서비스용 로봇도 가정·오락용을 중심으로 16% 증가했다. 주요국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고령화 대비 차원에서 다각적인 로봇산업 발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재원 한은 아태경제팀 과장은 "향후에도 로봇시장은 인공지능과 결합한 지능형 로봇에 대한 수요 증가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은 서비스용 로봇분야에, 유럽연합(EU)은 고령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로봇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산업의 성장세와 함께 고용·소득불균형 우려도 커져가고 있다. 로봇 사용이 단위생산당 노동투입시간을 절감시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지만, 고용 축소와 기술수준에 따른 임금격차 확대로 계층간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킬 소지가 있어서다. 작년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15~2020년중 716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반면 창출되는 일자리는 2020만개에 불과한 것으로 전망됐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저소득층의 경우 자동화 확률 고위험군(75%이상) 비중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로봇산업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로봇세'가 떠오르고 있다. '로봇세' 논의에 불을 붙인 건 빌 게이츠(Bill Gates)로, 그는 올해 2월 공해세와 동일한 로봇세 부과를 주장하고 나섰다. 로봇 보유 기업에 세금을 부과, 로봇도입을 지연시키는 동시에 증대된 세수로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증대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EU의회에서는 지난 1월 인공지능 로봇을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시금부과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다.
최근 일부 외신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서 초기단계에 로봇세를 도입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정부가 이달초 '2017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공제율을 기존 3%, 5%에서 각각 1%, 3%로 축소한 데 대한 해석이었다.
이 과장은 "로봇기술 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면서 신기술 도입이 유발할 수 있는 고용, 소득분배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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