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살충제 계란 알고도 뒤늦게 통보"…피프로닐 과다 노출되면 치명적
살충제 생산업체 혼합 과정서 맹독성 물질 들어간 것으로 파악
벨기에·네덜란드와 이들 국가서 계란 수입하는 주요국 비상…식약처 "한국은 안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유럽 전역이 '살충제 계란' 공포에 빠진 가운데 벨기에가 오염된 계란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도 뒤늦게 유럽연합(EU)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나 안드레바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벨기에 당국이 지난 7월20일에야 신속경보시스템에 따라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에 대해 알려왔다"면서 "EU가 피프로닐 살충제 오염 계란을 알게 된 것도 그 때였다"고 말했다.
안드레바 대변인은 "EU 회원국들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 EU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며 벨기에가 이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카트리앙 스트라지에 벨기에 식품안전국 대변인은 지난 6일 "6월 초부터 피프로닐 계란 문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검찰에도 알렸지만 당시에는 EU 기준치를 넘지 않아 통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은 벨기에 양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들이 대량으로 맹독성 물질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피프로닐은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앨 때 쓰는 물질로 사람이 섭취하는 동물에게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이 인체에 다량 흡수될 경우 간과 신장 등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네덜란드 식품업계연맹(FNLI) 측은 자체 조사 결과 피프로닐 오염 계란이 "인체에 해를 끼칠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계란과 계란을 가공해 만든 식품들에 대한 리콜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조사했는지와 검출된 피프로닐 양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럽 주요 언론은 안정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계란은 물론 계란으로 만든 각종 식품에 대한 구매가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검찰은 살충제 업체가 제조 과정에서 쓰지 말아야 할 성분을 혼합해 농장 등에 제공했고 이에 닭과 계란이 피프로닐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살충제는 벨기에 뿐 아니라 네덜란드 농장에도 공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계란을 수입하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스위스, 스웨덴도 비상이 걸렸다.
전체 달걀 소비의 3분의 1가량을 네덜란드에서 수입하는 독일과 네덜란드로부터 달걀 2만여개를 들여 온 영국은 살충제 계란 유통을 추적하고 있다. 프랑스 중서부의 식품 가공 공장 2곳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이 발견됐다.
현재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각각 60개와 140개가량의 가금류 농장을 폐쇄하고 관련 업체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식품의약안전처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유럽산 계란이 국내로 들어오지는 않았다며 9일부터 관련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수입되는 계란은 미국과 태국, 스페인산이며 계란을 가공한 '알 가공품'은 일부 유럽산도 수입되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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