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편집국 기자] 국가정보원이 2012년 대통령선거 직전 ‘민간인 여론조작팀’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면서 한 해 예산만 30억원을 쓰고, 특수활동비를 활용해 정권에 도움이 될 만한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수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여론조작 작업의 전체적인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국정원 적폐청산TF에 따르면, 적폐청산TF는 최근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으로 구성된 30개 팀을 운영하며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원을 지급한 것을 확인했다. 2012년 한 해 동안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인터넷상 여론조작을 위해 지급한 돈만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폐청산 TF는 이날 이런 내용을 개혁위에 보고했다.
TF의 이런 조사 내용은 그동안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가 관련 내용을 검토한 뒤 이런 일에 개입한 내부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 심리전단 소속이던 김하영씨의 댓글 작업에 민간인 이아무개씨가 동원돼 매월 280만원을 11개월 동안 지급받은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2009년 운영됐던 ‘알파팀’ 역시 국정원에서 지침을 받고 다음 ‘아고라’ 등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도록 지시를 받고 게시물 작성 숫자에 따라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껏 국정원의 민간 동원의 규모와 실태가 제대로 규명된 바는 없다. 수십억원을 들여, 수천명 규모로 여론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볼 때 2012년 대선 당시 온라인 등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등으로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폐청산 TF는 또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이용해 당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지지층 등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수차례 진행한 사실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국정원은 2011년 2월 여론조사 업체를 동원해 ‘2040세대의 현 정부 불만 요인’ 등에 대해 자체적인 여론조사를 했는데, 당시 여론조사 인원만 20~50대 총 1200명이었다. 국정원은 이를 근거로 정권의 대응 방향 등을 조언하는 자세한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적폐청산 TF는 이런 여론조사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국정원이 사실상 거대한 국책 여당지원 연구소처럼 움직였던 셈이다.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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