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수출 증가→생산·투자 증가→고용 증가→소비 증가' 연결고리 느슨해져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수출이 증가하면 부가가치와 고용 등이 뒤따라 창출되는 일명 '낙수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수출 증대에 따른 고용 창출이 줄고 수출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3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부가가치와 고용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2000년 0.60에서 2014년 0.55로 떨어졌고, 취업유발계수는 같은 기간 15.0에서 7.7로 하락했다. '수출 증가 → 생산 및 투자 증가→ 고용 증가 → 소비 증가'의 연결고리가 약화된 것이다.
대기업들의 해외 현지생산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들어 해외투자가 활발해 지면서 해외 현재생산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 대기업의 주력 품목이 장치산업에 속해 있어 수출 증대에 따른 고용 창출력 역시 점차 약화되는 중이다. 수출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원인이다. 수출 대기업의 성장이 국내 중간재 생산업체의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위주의 수출 성장도 고용 증대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반도체는 업황 호전에 힘입어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장치산업 특성상 설비 위주로 투자가
진행되면서 고용 증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부문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해외 현지생산 확대가 이어지면서 국내 생산과 고용 여력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은 생산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고용의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동률이 상당폭 저하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의 수주 호조가 본격적인 선박 건조로 이어지는 2019년 이후에나 생산·고용의 추세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주요 수출업종 전망에 대해 반도체 경기는 전방산업 수요 확대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 호황기를 이어갈 걸로 봤다.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분야 수요가 더욱 확산하면 호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 단,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호황기가 과거에 비해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는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선박도 내년 하반기를 지나며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 수출 주요 변수로 사드 배치 관련 대중 교역여건, 미 통상정책 변화, 반도체 산업 경쟁구조, 국제유가 변동 등이 지목됐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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