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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vs 생존 사이…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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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vs 생존 사이…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전경[사진=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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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문화재 보존과 시민의 생존권 문제 사이에서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보존을 위해 하루 속히 관련 정부부처와 지자체 간 협의가 절실하지만 중요사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로 10m·세로 3m)는 우리나라 선사미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지금껏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래서 그림 판독과 연대 설정 등의 견해도 제각각이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약 6000~7000년 전)까지 걸쳐 형성된 것으로 본다. 단일 면에 그려진 암각화 숫자는 150~307점까지 학자에 따라 통계수치도 다르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류 비율이 20%를 넘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암각화 가운데서도 그 존재 가치가 높다. 10여종의 고래와 함께 물을 뿜고 있는 고래, 새끼를 업은 고래, 여기에 고래를 잡는 선사인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당시의 포경과 수렵 등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기록문화·종교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토록 귀중한 문화재가 사라져 가고 있다. 당초 암각화는 빗물에 직접 잘 닿지 않는 위치에 있고, 암석 조직이 치밀해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왔다. 자연풍화는 어쩔 수 없지만,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침수와 노출을 반복해 보존 수명이 현저히 단축됐다.

손상의 정도는 심각하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손상도 및 사면안정성 평가(2012)’ 논문에 따르면 암각화의 주암면은 암갈색 셰일이 주를 이루는데, 2012년까지 발생한 주암면의 손상 면적은 3만 9027㎠(전체 23.8%)로 산출됐다. 또한 박리(剝離)가 발생한 면적은 총 2009㎠(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면안정성을 분석한 결과도 평면, 전도 및 쐐기파괴에 의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암각화 및 주변암반도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하지만 보존 정책 수립은 지지부진하다. 1971년 첫 발견된 이후부터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인문학, 자연과학, 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 결과가 발표됐으나 46년간 별다른 정책이 나오질 않았다. 지난 20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울산시가 내놓은 생태제방 설치 안건을 심의했으나 부결했다. 문화재 보존과 수원(水源)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안건이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다. “생태제방 규모가 지나치게 크며,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심각하다. 주변 지형 절토 등 암각화 훼손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존 vs 생존 사이…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 전경 [사진=문화재청]



이에 인식 제고는 물론, 지방정부보다 국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책임을 지고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목 울산 암각화박물관장은 “15년째 원론적인 토론만 반복하고 있다. 하루 빨리 결정해야 하지만 그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학자들은 ‘과연 한국 사람들이 암각화의 가치를 알고나 있느냐’고 되묻는다. 오히려 해외방송에서 더욱 관심이 많다. 암각화 자체는 국가의 유산이자 세계의 유산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되도록 공사를 막아야하는 문화재청과 학계의 입장도 있지만, 울산시민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 문제가 결부되어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울산시는 중앙정부의 각처가 직접 나서 수원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한다. 최근 울산시는 압박 수위를 높여 암각화 보존을 위해 한시적으로 내렸던 사연댐의 수위를 다시 높여달라고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 문화재청, 환경부 등 네 곳에 전달했다.


울산시는 2020년이 되면 1일 평균 39만t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껏 울산시가 확보한 청정원수는 27만t(회야댐 12만t, 사연댐 15만t)으로 12만t 모자란다. 이에 정부는 2009년 12월 ‘2025 전국수도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부족한 용수 12만t에 대해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을 추진, 공업용수 전용댐인 대암댐을 생활용수로 전환해 5만t을 확보하고, 운문댐에서 7만t을 가져온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마저도 현재 울산시는 1일 평균 최소 45만t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구대포럼 상임대표인 이달희 울산대학교 교수는 “울산의 물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당시 맑은물 공급 사업은 예산은 2300억원 정도 책정됐는데 지금은 이보다 더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한 사업이다. 현실적으로 물을 조율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진전된 것이 없어 안타깝다.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규모 댐이나 지하댐 건설, 해수담수화 등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지한 연구와 논의를 토대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암각화가 침수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하여 가까운 시일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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