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보존 vs 생존 사이…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시계아이콘02분 1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보존 vs 생존 사이…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전경[사진=문화재청 제공]
AD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문화재 보존과 시민의 생존권 문제 사이에서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보존을 위해 하루 속히 관련 정부부처와 지자체 간 협의가 절실하지만 중요사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로 10m·세로 3m)는 우리나라 선사미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지금껏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그래서 그림 판독과 연대 설정 등의 견해도 제각각이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약 6000~7000년 전)까지 걸쳐 형성된 것으로 본다. 단일 면에 그려진 암각화 숫자는 150~307점까지 학자에 따라 통계수치도 다르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류 비율이 20%를 넘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암각화 가운데서도 그 존재 가치가 높다. 10여종의 고래와 함께 물을 뿜고 있는 고래, 새끼를 업은 고래, 여기에 고래를 잡는 선사인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당시의 포경과 수렵 등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기록문화·종교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토록 귀중한 문화재가 사라져 가고 있다. 당초 암각화는 빗물에 직접 잘 닿지 않는 위치에 있고, 암석 조직이 치밀해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왔다. 자연풍화는 어쩔 수 없지만,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침수와 노출을 반복해 보존 수명이 현저히 단축됐다.

손상의 정도는 심각하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손상도 및 사면안정성 평가(2012)’ 논문에 따르면 암각화의 주암면은 암갈색 셰일이 주를 이루는데, 2012년까지 발생한 주암면의 손상 면적은 3만 9027㎠(전체 23.8%)로 산출됐다. 또한 박리(剝離)가 발생한 면적은 총 2009㎠(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면안정성을 분석한 결과도 평면, 전도 및 쐐기파괴에 의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암각화 및 주변암반도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하지만 보존 정책 수립은 지지부진하다. 1971년 첫 발견된 이후부터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인문학, 자연과학, 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 결과가 발표됐으나 46년간 별다른 정책이 나오질 않았다. 지난 20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울산시가 내놓은 생태제방 설치 안건을 심의했으나 부결했다. 문화재 보존과 수원(水源)확보를 동시에 고려한 안건이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다. “생태제방 규모가 지나치게 크며,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심각하다. 주변 지형 절토 등 암각화 훼손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존 vs 생존 사이…사라져가는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 전경 [사진=문화재청]



이에 인식 제고는 물론, 지방정부보다 국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실한 책임을 지고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목 울산 암각화박물관장은 “15년째 원론적인 토론만 반복하고 있다. 하루 빨리 결정해야 하지만 그 중요성과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학자들은 ‘과연 한국 사람들이 암각화의 가치를 알고나 있느냐’고 되묻는다. 오히려 해외방송에서 더욱 관심이 많다. 암각화 자체는 국가의 유산이자 세계의 유산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되도록 공사를 막아야하는 문화재청과 학계의 입장도 있지만, 울산시민의 기본적인 생존권 보장 문제가 결부되어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울산시는 중앙정부의 각처가 직접 나서 수원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한다. 최근 울산시는 압박 수위를 높여 암각화 보존을 위해 한시적으로 내렸던 사연댐의 수위를 다시 높여달라고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 문화재청, 환경부 등 네 곳에 전달했다.


울산시는 2020년이 되면 1일 평균 39만t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껏 울산시가 확보한 청정원수는 27만t(회야댐 12만t, 사연댐 15만t)으로 12만t 모자란다. 이에 정부는 2009년 12월 ‘2025 전국수도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부족한 용수 12만t에 대해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을 추진, 공업용수 전용댐인 대암댐을 생활용수로 전환해 5만t을 확보하고, 운문댐에서 7만t을 가져온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마저도 현재 울산시는 1일 평균 최소 45만t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구대포럼 상임대표인 이달희 울산대학교 교수는 “울산의 물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당시 맑은물 공급 사업은 예산은 2300억원 정도 책정됐는데 지금은 이보다 더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한 사업이다. 현실적으로 물을 조율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진전된 것이 없어 안타깝다.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규모 댐이나 지하댐 건설, 해수담수화 등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지한 연구와 논의를 토대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암각화가 침수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하여 가까운 시일에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