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민정수석실 재배치하다 캐비넷서 발견"
국회 정상화 합의 직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
野 "정치적 고려…재판에 영향 오해살 시기"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이설 기자] 청와대가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을 공개한 시점을 두고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정상화된 직후인 데다 재판이 진행 중인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300종에 이르는 해당 문건은 지난 3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새 정부에선 사용하지 않던 캐비넷에서 발견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비서관실은 이전 정부에서 민정 부문과 사정 부문이 함께 사용하던 공간으로 현 정부 들어 민정 부문 쪽만 사용해 왔다"며 "민정비서관실의 인원이 보강돼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넷을 정리하다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문건을 발견한 지 11일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초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오늘은 특별히 브리핑할 소재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청와대의 박근혜 정부 문건 관련 브리핑이 미리 계획된 게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건 공개 시점과 관련한 질문에 "법·규정을 검토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 순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여야는 이날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정부조직개편안 등 논의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전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등 정국이 급변했다. 특히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30분 국회서 만나 오는 18일 본회의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기도 했다.
야당은 청와대가 해당 문건을 공개한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관련 재판과 정치적 파장을 염려한 것이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에는 2014년 6월∼2015년 6월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인사자료를 포함,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화예술계 지원, 국정교과서 등으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이 깊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한 시기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 청와대는 검찰에 관련 문건 사본을 넘길 예정이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지난 3일 해당 문건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14일인 오늘까지 문건에 대해 함구하다 갑작스럽게 오늘에 이르러 공개한 것에 어떤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비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청와대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을 현 시기에 발표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검찰 등에 제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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