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가계부채가 은퇴 전후 가구의 소비를 크게 감소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부채로 인해 소비절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최근의 주장을 뒤집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은퇴 전후 고령세대의 자산·부채로 살펴본 한국의 소비절벽 실현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은퇴를 앞둔 연령대인 55세 이상 가구주가 속한 가구를 대상으로 2001~2015년까지 소득과 소비, 저축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은 2001년 대비 2015년 94.51% 상승하고 소비는 90.51% 늘었다. 한경연은 "저축이 78.32% 상승한 것으로 보아 결국 소득 증가분이 자산 축적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산규모를 보면 2001년 대비 2015년 거주주택자산과 거주외주택자산은 각각 157.35%, 126.44%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자산의 경우 증가율이 98.3%에 불과해 부동산으로의 자금 유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2001년 대비 2015년 약 133.98%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부채 상환액은 2015년의 경우 2001년보다 금액 자체는 늘었지만 시계열적 추이를 보면 변동성이 커, 금융위기 이전과 현재의 상환액 수준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은퇴여부에 따른 소비규모 변화에 있어서는 은퇴 자체가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가구주의 연령이 은퇴를 앞둔 55세 이상인 가구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소득과 소비구조를 분석한 결과 은퇴 자체가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소비규모보다 소비지출 패턴의 변화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자산효과에 의해 은퇴 이후 자산규모가 더욱 많아지면서 은퇴 전까지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자녀교육과 노후 대비 연금·보험 지출이 줄어들고 여가생활과 건강관리 분야로 소비가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에 대해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상환에 대한 크기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은 현재 가구가 부채의 증가를 통한 자산 증식을 도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제 부채 보유 가구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볼 때, 한국 경제에서 우려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총량적인 이슈를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분석결과 부채 증가를 통한 자산증식효과가 더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채 보유나 부채 규모가 직접적으로 유동성 제약을 야기해 소비규모를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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