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인간과 비인간(사물)간 사이가 긴밀해지면서 인간은 포스트휴먼 또는 사이보그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이보그가 의족, 심박장치, 인슐린 펌프 등 인간 개체의 일부분을 대신하는 보철을 이식하는 것이었다면, 새롭게 등장하는 사이보그는 '네트워크 사이보그'다. 사물인터넷과 인간의 연계는 네트워크 사이보그로의 진화를 급속히 이끌어갈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초연결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문화적 조건과 한국사회의 대응 총괄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사물이 인간과 대화할 수 있게 되고 사물과 사물 간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능력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얘기다. 양쪽 다리, 한쪽 팔, 한쪽 눈을 최첨단 생체 공학 보철으로 대체한 사이보그인 '600만달러 사나이(1974년 미국 드라마)'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한 인간의 능력이 증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간은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네트워크 사이보그형 삶을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기억을 대신하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향후 네트워크 사이보그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와 화성 식민지 계획으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뇌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했다. 뇌에 작은 전극을 이식해 생각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피질 직결 인터페이스(direct cortical interface)를 통해 컴퓨터와 두뇌를 연결해 뇌를 컴퓨터화 함으로써 인간이 AI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갖출 수 있게 하겠다는 것.
머스크는 지난해 6월 "인류는 AI에 아주 크게 뒤처지게 될 것"이라며 "인간은 판단 결정권을 AI에 빼앗길 것이고, 결국은 애완 고양이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페이스북도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언젠가는 당신의 마음만을 사용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인간과 뇌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뇌파를 통해 생각만으로 분당 100자의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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