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요강좌' 700회 기념…'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 주제
"韓 경제, 20년 격차로 일본과 유사…경제구조 탄력성 확보해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우리 경제가 3%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전망이 나왔다. 1990년대 이후 0.2%포인트씩 성장률이 하락해 온데다 민간소비 지체와 저출산 등 구조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이제 선진국형 저성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조동철 한은 금통위원은 9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은금요강좌' 700회를 기념하는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 세계·한국경제와 더불어 1990년대 일본의 상황도 함께 다뤄졌다.
조 위원은 우리경제의 성장률 상향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3% 수준의 성장은 버겁다고 진단했다. 그는 장기성장률을 국제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 선진국 중 3% 성장을 유지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경제 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약 0.2%포인트씩 떨어지면서 추세적으로 하락 중이다.
조 위원은 3% 성장을 가로막는 주된 이유로 민간소비 회복 지체를 꼽은데 이어 저출산과 자본심화 등 구조적 원인도 언급했다. 향후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초반처럼 30% 내외를 밑돌 걸로 내다봤다. 그는 "저출산에 따라 노동투입이 제약되고 자본심화 정도도 이미 선진국 수준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소비는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소비성향 둔화, 고령층에 집중된 가계부채 등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과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인구구조와 명목성장률 추이가 그 근거다. 조 위원은 "우리 경제를 보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인적자본 배분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연 등 제조업 내에서 자원배분도 비효율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 2010년대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을 겪지 않는 것은 다행이라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성 제고와 인플레이션 유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투입 증가세 둔화와 경제 성숙화에 따른 자본 증가율 둔화가 불가피해 생산성 제고와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경제는 5년 만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도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경제 구조적 불안,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은 여전히 위험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조 위원은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탄력적인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구조의 이중구조 완화, 부실기업 구조조정, 기업 진입장벽 완화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통화 당국의 책임도 덧붙였다.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감독강화와 함께 물가안정 목표 준수에 대한 통화당국의 책임 강조를 병행해 거시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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