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1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횡령에 가담한 혐의를 받은 서유열 전 KT사장(61)에 대해서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유죄 부분을 파기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한 이 사건 비자금 전부를 피고인들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 등은 2009년 3월25일부터 2013년 9월25일까지 임원들에게 '역할급(CRA)'으로 27억5700만원을 지급하면서 이 중 일부를 미리 공제하거나 반환받아 11억685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개인적인 경조사비와 유흥비 지급 등의 용도로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본인의 친척과 공동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등 3개 벤처업체 주식을 의도적으로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총 103억5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았다.
1심은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횡령 혐의는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비서실 운영자금이나 회사에 필요한 경조사비, 격려비용 등에 쓴 만큼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개인 자금과 유사하게 비자금을 함부로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자금을 회사를 위한 경조사비, 격려금, 비서실 운영비 등으로 지출했으므로 횡령죄 인정을 위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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