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ㆍ화학에 승부수"...딥 체인지2.0 출사표

경영전쟁터 '알래스카'에서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이동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딥 체인지 1.0은 생존단계, 2.0은 성장전략"
전기차 배터리 2025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30% 달성
화학사업 '중국 중심 성장'과 인수합병으로 세계 10위권 진입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SK그룹의 에너지ㆍ화학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 사업에 승부수를 띄운 '딥 체인지(근원적 변화) 2.0'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고 화학 부문에서는 글로벌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는 3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린동 SK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딥 체인지 1.0(1단계)'에선 알레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전쟁터를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는 '딥 체인지 2.0(2단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딥 체인지는 최태원 SK회장이 제시한 그룹 경영목표다. 최 회장은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돌연사) 할 수 있다"며 각 계열사들에게 성장 동력 마련을 주문했었다. 김 대표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올 1분기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2014년 말 8조에 달하던 순차입금을 1조 미만으로 줄여 성장을 위한 체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딥 체인지 2.0의 전략은 두 가지다. 신사업인 전기차 배터리ㆍ화학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것과 기존 석유ㆍ윤활유ㆍ석유개발 사업에서 차별적인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지난해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2025년엔 최소 350GWh에서 최대 1000GWh까지 초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량을 지난해 말 기준 1.1GWh 수준에서 2020년에는 10GWh로 늘리기로 했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2018년까지 한번 충전해 5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20년 초까진 700Km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한다.

화학 사업은 현재의 국내생산-기초제품 구조로는 제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내수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늘리고, 고부가가치 분야인 포장재와 자동차용 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꿀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M&A)도 과감하게 실행한다. 현재 고부가가치 패키징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사업 부문 인수를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전략으로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글로벌 10위권의 화학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딥 체인지 2.0의 또 다른 축인 기존 석유사업 부문은 '동북아-동남아-중동'을 연결하는 '3동(東)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들 지역 간 '생산-마케팅-트레이딩' 연계 모델을 개발하고 합작사를 찾아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동북아 지역 정유사와 원유 공동조달을 하거나 반제품 교환을 하는 등 협력모델을 찾는 방식이다.

윤활유 사업은 고급 윤활유의 핵심원료인 '그룹III 기유'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룹Ⅲ 기유 시장은 지난 2015년 420만t에서 2025년 630만t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개발사업(E&P)과 관련해서는 미국 현지에서 셰일자원을 생산 중이다. 올 초에는 석유개발사업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