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상향의견 1650건…지난해 전체의 절반 훌쩍 넘어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박스권을 뚫은 코스피가 각종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목표주가를 대거 끌어올리고 있다.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기업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실적 이외에 대내외 요인도 목표주가 상향에 힘을 보태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보고서는 165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목표주가 상향조정 보고서 3072건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목표주가 하향조정 보고서는 지난해 3950건의 약 4분의 1인 1216건으로 조사됐다.
목표주가 상향의견은 올해 1분기가 끝난 4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올들어 1월 355건이었던 상향의견은 지난해 2월 277건, 3월 296건으로 300건을 밑돌았으나 1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시작한 4월 554건, 5월 현재 16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1, 2월 대비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목표주가 하향의견은 연초 대비 눈에 띄게 감소했다. 1월 435건이었던 하향의견은 2월 341건, 3월 126건을 기록했고 기업의 1분기 성적이 발표된 4월과 5월 현재까지 각각 239건, 75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월과 2월 상향의견을 수십 건 웃돌았던 하향의견의 비중은 3월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이 추세는 5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기업실적 개선 분위기에 증권사의 종목 커버리지(분석 범위)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목표주가를 처음으로 제시한 보고서는 지난해 1829건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1월 207건, 2월 134건으로 집계된 이후 3월, 4월, 5월 현재 각각 182건, 196건, 77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증권사는 일반적으로 특정 상장사의 목표주가를 산정하기 위해 자기 돈을 활용해 사업을 얼마나 잘했는지를 의미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포함해 주당순자산가치(BPS), 주당순이익(EPS) 등의 지표를 이용한다. 최근까지 실적을 바탕으로 앞으로 실적을 추정하되 국내외 동종업계의 상황을 반영해 적정주가를 만들어 낸다.
지난달 이후 목표주가 상향의견이 급증하는 배경은 그만큼 장사를 잘 한 기업이 많고 앞으로도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20조원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130조원까지 내다보며 지수를 최고 2500까지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2년은 건설투자가 성장을 주도한 반면 올해는 수출이 성장을 이끌 전망"이라며 수출 호조에 내수 개선 조짐이 이어지며 기업의 이익 증가에 따른 코스피 최고치 돌파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활발해지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업구조조정, 주주친화 정책을 비롯해 새 정부의 정책도 목표주가를 끌어올리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롯데그룹 지수회사 전환, 한화케미칼 사업구조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새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소득격차를 줄이고 내수 활성화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특히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비중(market weight)'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목표주가에 선행하고 변경이 적은 투자의견 상향조정 건수는 올해들어 121건, 하향의견은 218건으로 집계됐다. 상당수의 분석대상 기업의 투자의견이 매수를 유지하고 있거나 앞서 상향조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향, 하향 조정건수는 각각 386건, 395건이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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