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선의 왕은 산불 막으려 '특별기계'까지 만들게 했다

시계아이콘02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모든 게 왕의 탓' 그래도 인재(人災) 예방 총력…금주령 내리고, 방화벽 설치도


조선의 왕은 산불 막으려 '특별기계'까지 만들게 했다 조선은 천재지변이 왕의 부덕에서 비롯된다 간주했고, 임금 또한 그것이 자기 책임에서 비롯됨을 부정하지 않았다. 화재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임에도 그만큼 리더의 '책임'은 막중했던 것이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AD


지난 6일 발생한 강원도 산불은 황금연휴를 지역의 재앙으로 바꾼 끔찍한 인재로 계속된 강풍에 좀처럼 불씨가 잡히지 않던 중 9일 오전 11시 20분 비로소 진화가 완료됐다.

7일 오후 6시에 진화가 완료되는 듯했으나 잔불이 강풍을 타고 되살아나 계속됐던 산불은 지난 2005년 낙산사 산불과 비슷한 전개양상을 보였는데, 면적의 82%가 산림인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 산림이고 봄철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강한 바람, ‘양강지풍’을 타고 번져나가 진화가 더욱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이 발생한 강릉, 삼척, 상주는 앞서 언급한 지리적·기후적 특성으로 봄철 화재발생이 잦은 지역이었다. 조선 순조 4년(1804) 대화재 역시 금번 강원도 산불 피해 지역과 동일한 삼척 인근 6개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으로,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화재사고로 문헌에 기록돼있을 정도. 그렇다면 조선왕조는 화재와 같은 대형 재난에 어떤 방재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대응책을 펼쳤을까?


조선의 왕은 산불 막으려 '특별기계'까지 만들게 했다 태조 이성계는 화재가 발생하자 금주령을 내려 백성의 생활 속 방종함을 단속하고자 했다. 사진은 조선시대 술 마시는 양반을 기록한 풍속사진. 사진 = 문화콘텐츠닷컴


천재지변이 임금 탓? 불도 새 불과 헌 불이 있다


유교의 ‘천도(天道)’ 실현이 왕조의 기틀이 됐던 탓에 천재지변은 곧 임금의 부덕함이 원인으로 지목받았으므로 조선의 왕들은 재난 앞에 속수무책 화살받이가 돼야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화재사고는 약 550건이나 승정원일기가 기록한 화재사고는 약 2,500건, 그중 민가 발생 건수는 1792건으로 대다수가 백성의 부주의 및 방화가 그 원인이었으나 대형화재는 여지없이 하늘의 경계이자 임금 부덕의 소치로 간주됐다.


그럼에도 조선의 왕들은 화재가 인재임을 알고 유무형의 다양한 방재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태조 이성계는 즉위 7년 차에 큰불이 나자 금주령을 내려 백성들이 평소 행동을 삼가도록 계도했고, 태종은 조선의 불을 새로 마련하는 의미의 개화령(改火令)을 내려 매년 5회 나무를 마찰시켜 불씨를 낸 뒤 묵은 불과 바꾸는 의식을 치름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자 나섰다.



조선의 왕은 산불 막으려 '특별기계'까지 만들게 했다 가뭄, 홍수, 화재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조선의 왕은 수라의 반찬 가지 수를 줄이는 감선(減膳)을 통해 스스로 근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영화 '광해' 스틸 컷


화재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


성종 14년(1483) 도성 안 장통방에 불이 나자 왕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진실로 천재가 아니다. 실로 사람이 불을 조심하지 않은 탓이다.” 그는 즉위 이듬해인 1470년 5월 밥을 물에 말아 먹기 시작해 40일 넘게 그 식단을 고수했는데, 그해 조선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 때문이었다. 유독 잦은 재난을 맞았던 성종은 화재를 삼가는 기계를 만들도록 지시할 만큼 화재를 철저한 인재로 판단했다.


조선의 왕은 산불 막으려 '특별기계'까지 만들게 했다 조선시대 지역별 산불발생 분포는 동해안권역이 38건, 특히 강원도만 31건으로 이번 강원도 산불 발생지역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서해권역 9건, 서울 및 중부권 8건, 경남 남해안권 8건으로 동해안 지역 산불이 전체 화재의 반 이상을 차지해 역사적으로도 화재에 취약한 지역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 = 이진경 디자이너


조선 최다 화재 발생 지역은 강원도 동해안


조선시대 산불 기록 중 최대 규모는 순조 4년(1804)에 발생한 강원도 동해안 산불로 민가 2,600호, 사찰 3곳, 창고 1곳과 막대한 곡식이 소실되고 확인된 사망자만 61명이었다. 최대 인명피해를 기록한 산불은 현종 13년(1672) 강원도 동해안 산불로 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성종 20년(1489)엔 양양에 산불이 나 민가 205호와 낙산사 관음전이 불에 탔는가 하면 중종 19년(1524)엔 강릉 산불로 민가 244호와 경포대 관사가 소실됐으며, 숙종 23년(1697) 발생한 강릉 산불은 대관령 아래 민가 65호를 전소시켰다.


역사기록에 따른 산불 발생 시기와 지역에 대한 자료에서 이번 강원도 동해안 산불이 조선시대에도 유사한 형태로 또 지속적으로 발생돼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의 왕은 산불 막으려 '특별기계'까지 만들게 했다 지붕 위에 짚을 올리면 화재 발생 시 불이 더 잘 번지는 것을 염려한 태종은 백성들이 집을 지을 때 기와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끔 '별와요(別瓦窯)'를 설치, 기와보급을 장려했다. 사진 = 김홍도, <기와이기>(《풍속화첩》중1), 18세기 후반, 종이에 수 묵 담채, 28×23.5cm,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왕조의 화재 대응기술


현대에도 대형 화재에 자주 사용되는 방화벽(화재 발생 시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우는 벽)은 이미 태종 15년(1415)에 처음 만들어졌다. 태종은 화재 대책에 특히 엄격한 군주였는데, 방화벽 제작을 명한 그 해 1월엔 ‘경칩 이후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거듭 내리는 한편 집이 붙어 있으면 화재 발생 시 옆 건물로 번지기 쉬우므로 가택 밀집지역의 중간 집을 헐고 곳곳에 물을 비축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에 앞서 기와 굽는 관청 별와요(別瓦窯)를 특별 설치, 불에 타기 쉬운 짚보다 기와 공급을 서민들에게 원만히 해 화재 시 피해를 최소화 하는 데 힘을 쏟았다.


세종 또한 지방의 창고화재에 대비해 창고 간 기둥을 5~6개를 늘린 뒤 사이에 담을 쌓아 불이 번지는 것을 막고, 옥상에도 흙을 두껍게 발라 기와로 덮고 처마 밑엔 돌아가며 담을 쌓도록 해 현대의 방화구획에 해당하는 정책을 펼쳤다. 또 화재발생 시 관공서에서 즉각 종을 쳐 경보 기능을 하게 했고, 궁의 화재 대비를 위한 대처요령을 별도의 책으로 마련해 철저한 대비에 나섰다.


조선의 왕은 산불 막으려 '특별기계'까지 만들게 했다 조선시대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산불발생은 총 63건인데 그 중 현종(14건), 숙종(13건), 정조·순조(7건) 순으로 빈도 수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순조 4년(1804년) 한 해 동안만 7건의 산불이 나 가장 많은 산불발생을 기록했다.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AD

조선시대 문헌이 기록하고 있는 산불의 위험성과 심각성은 놀랍도록 그 기간 및 지역과 유형에서 현재 우리나라 산불 발생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역사가 기록한 최대, 최다 화재 발생 지역에서 지난 나흘 동안 총 327ha의 산림을 태우고 진화된 강원도 산불은 때마침 내린 비의 도움이 없었다면 완전한 진화가 어려웠을 정도로 끈질긴 화마의 위력을 과시했다.


과거 조선의 왕은 큰 화재 앞에 자신을 책망하고 밥을 물에 말아 먹을 만큼 고통 분담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은 “꽃이 지고, 홍수가 나고 벼락이 쳐도 내 책임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어떤 변명도 없는 자리, 그게 바로 조선의 임금이란 자리다’고 절규했다. 화재가 더 이상 천재가 아니라 인재임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지금, 국가 재난 앞에 유독 길었던 리더의 부재가 원인은 아닐지언정 하나의 이유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역사가 지적하는 반복적 재난만큼이나 리더의 태도에 대한 연구와 답습이 절실한 시점이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