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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출산장려와 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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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출산장려와 조세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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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1.17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71명)과 일본(1.32명)에도 못미친다. 인구 감소는 국가의 몰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출산장려정책은 재정지출정책과 제도지원정책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정부가 10여년간 100조원이 넘는 재정지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출 위주의 출산장려정책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에만 악영향을 주고 실제 출산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는 재정지출보다는 조세지원을 포함한 제도 개선에 보다 주력할 필요가 있다.

혼인과 출산장려에 역행하는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비용대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출산장려에 반하는 대표적 제도로 민법의 상속제도를 들 수 있다. 민법상 상속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법정지분은 1.5, 자녀의 지분은 1이므로 만일 한 자녀를 둔 배우자가 다른 자녀를 출산하면 그 배우자의 다른 배우자에 대한 60%(=1.5/2.5)의 상속지분이 42%(=1.5/3.5)로 감소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더욱이 유류분 제도가 있어 자녀들의 상속지분의 절반은 민법상 공고히 보장되고 있다. 배우자로 하여금 출산을 억제하게 만드는 이해상충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배우자의 상속분을 50%로 확정해 놓고 나머지를 자녀들이 나눠 가지며 유류분이 인정되지 않는 미국의 상속제도와 비교된다.


또 자녀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조세지원 패러다임을 바꿔 부부와 가족을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아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규모의 조세지원 혜택을 부여하는 조세제도의 개편이 절실하다.

우리 소득세법은 개인을 납세단위로 삼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결혼을 해서 경제공동체를 새로 구성하더라도 납세의무에는 기본적인 변화가 없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혼인을 하면 배우자를 납세단위에 포함시켜 조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배우자 합산과세를 선택하는 경우 누진세율 구조하에서 합산된 배우자의 소득을 이분해 소득세를 계산해서 조세부담이 증가하면 결혼 페널티, 반대의 상황을 결혼 보너스라고 하는데, 결혼보너스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더 나아가 자녀까지 납세단위에 포함시켜 전체 가구의 소득이 자녀를 포함한 가족 수에 따라 안분되는 가족단위 합산과세제도를 갖고 있다. 자녀 수가 늘어날수록 조세부담은 감소하므로 자녀 보너스인 셈이다. 덕분에 프랑스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은 1.98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결혼한 납세자에 대해 오히려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부자산소득에 대한 합산과세제도,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과세제도를 시행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결혼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규정한 헌법 조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 판정을 받았다.  


차제에 출산장려를 위해서 소득세법의 큰 틀을 변경해 프랑스식의 가족단위 합산과세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가족단위 합산과세는 세수 결손이 있다 하더라도 그 혜택이 출산 장려의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작용하므로 간접적인 재정지출에 비해 전체적으로 소요되는 재정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 법인세법이 결손 계열회사의 손실을 다른 계열회사의 소득과 통산할 수 있는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해 경제공동체관계가 있는 법인집단에게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소득세에 대한 가족단위 합산과세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출산장려의 문제는 헌법적 가치를 넘어서 국가적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관계당국의 합리적인 세제개편을 기대한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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