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하도록 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 관련, 외교부가 비용 부담은 어렵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28일(현지시간) 외교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사드 비용부담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에도 "관련해 들은 바 없다"며 공식 외교채널을 통한 합의가 아니라고 밝혀 왔다. 사드 운용 비용은 한국과 미국의 SOFA 규정에 따라 미국이 전액 부담하기로 돼 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고 틸러슨 장관도 경청했다"며 "앞으로 미국 측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적절한 형태로 설명하는 계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윤 장관은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찾았다. 안보리 장관회의 직전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오찬 등에서 틸러슨 장관을 만나 여러 외교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균형있는 협정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틸러슨 장관에게 강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이 나프타(NAFTA) 등 더 우선순위를 크게 두고 있는 나라들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안보리 회의는 북한 핵 위협만을 이슈로 삼은 회의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장관은 이번 회의에 대해 "한국전쟁 이후 가장 강력한 회의"라고 평가했다.
윤 장관은 이날 한미일 회담, 안보리 참석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1950년대 당시와는 다른 차원이긴 하지만, 안보리에서 북한 핵 문제만을 다룬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국제사회가 더 이상 북핵 문제를 먼 훗날의 위협으로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안보리 외교장관 회의를 주최한 것은 미국이 북한 핵 위협을 가장 큰 이슈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도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안보리 회의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과거와 같은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며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고, 영국 역시 국제사회가 강하게 제재하면 북한의 정권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우크라이나 등 참석한 국가들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에 대해 입장을 함께했다. 한미일 회담에서도 각국이 모두 지금은 대화를 할 시점이 아니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윤 장관은 "과거에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상황이 발생한 후 사후적으로 안보리를 개최했다면, 이제는 사후적 대응보다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대응을 미리 하자는 차원"이라며 "앞으로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을 할 경우 북한이 감내할 수 없는 징벌적 조치가 상당히 신속하게 채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유엔 사무총장도 만나 북핵 이슈를 공유하고, 새로운 사무총장 하에서도 한국과 유엔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힐 예정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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