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한반도에 부인·두 딸과 함께 訪韓한 펜스 부통령
丁 국회의장 작년 美 방문때 부인 동행해 여론에 뭇매
정부5부 요인·지자체장 등 "직위·출장성격 따라 달라"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하는 동안 부인 캐런 펜스는 서울 종로 가회동의 한 수공예기업 공방에서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즐겼다. 동행한 두 딸은 엄마의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겠다며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런 펜스 부통령 가족의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한국사랑이 눈에 보인다(yang****)"며 반색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인사가 해외출장에 가족을 동행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반응은 어떨까?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미국 방문길에 배우자를 동반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다. 6박8일 일정에서 정 의장 내외가 비행기 1등석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뭇매를 맞았다. 국회의장실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의장의 여비는 국무총리에 준해 지급하도록 돼 있고, 해외항공권 1등석을 이용할 수 있다"며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공무상 동행하는 배우자는 해당 공무원과 동일 수준의 여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달 8박9일 일정으로 배우자와 함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 출장을 다녀왔다 논란이 일자 배우자의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료 등 1100여만원을 반환했다. 안 시장 측은 "시 규정에 따라 배우자 경비를 공무출장으로 판단해 집행했다"며 "잘잘못을 떠나 여론의 지적을 받은데 책임을 지고 출장경비 전액을 반환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경남도지사 시절이었던 2015년 3월 부인을 동반한 미국 출장이 논란이 되자 "정치를 시작한 뒤 해외출장 때 대부분 사비를 들여 집사람과 같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같이 나가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과 진배 없이 마음에 안정을 갖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가 있고 일의 능률도 더 오른다"며 "외국의 경우 부부동반 출장이 원칙인데 우리나라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그 반대다"고 항변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면서 딸과 손녀까지 특별기에 태웠다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당시 "국민 세금으로 가족여행 하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청와대는 "가족은 자비 부담이고 가족동반은 국제적 관례"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공직자의 해외 출장에 배우자가 동반할 수 있는 경우와 지원받을 수 있는 출장비의 기준은 무엇일까?
현행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장 등은 해외 출장 때 비행기 1등석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들은 배우자에게도 같은 금액의 여비가 지급돼 부인과 함께 해외 순방에 나선다면 비행기의 같은 좌석등급을 이용하고, 같은 숙소에 묵을 수 있다. 다만 꼭 배우자를 동반해야 하는 출장이냐에 대한 판단 기준은 별개의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지자체장 배우자의 사적 행위에 대한 준수사항'을 따라야 한다. 여기에는 '단체장의 부부동반 해외 출장시 공적목적 외에는 경비지급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적 활동의 영역을 어디까지 봐야 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도 아닌 단체장이 공적인 일에 부부동반을 해야 할 일이 뭐가 있느냐"는 의견과 "방문지(기관)에서 부부를 함께 초청했을 경우는 공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이번 펜스 부통령 역시 부친이 6ㆍ25 참전용사인 만큼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고, 전쟁 위협까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설을 잠재우고 친근감을 강조하기 위해 가족과 동행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상의 경우 배우자가 아닌 자식이나 다른 가족을 해외출장에 데려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전상 규정은 없다"며 "공무 중 가족동반을 통해 친교를 강조하기도 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국민적 정서가 많이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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