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동생 상욱 씨가 연루된 대구한의대 성적 조작 사건은 대학 당국이 특정 학생의 성적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정유라 사건’과 흡사하다.
정치권에서는 아시아경제가 13일 단독 보도한 이 사건을 '원조 정유라 사건'으로 규정하고 안 후보에게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영원히 묻힐 수 있었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성적을 올려주면 내년에 전임을 시켜주겠다”는 재단의 유혹을 거부한 시간강사의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구한의대 전임대우 시간강사였던 A씨는 해당 학기(1983학년도 2학기)가 끝난 뒤 계약이 해촉됐다.
A씨는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시아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현재 대구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A씨는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쫓겨나 억울한 마음에 교육부와 청와대에 민원을 넣으면서 사건이 커졌고, 재단과 학교에서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직원들까지 찾아와서 ‘그냥 넘어가주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사정을 하고 여러 사람이 부탁을 해서 복잡하고 괴로운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학생 부모가 하도 찾아와 한 다방에서 만났던 기억이 난다"며 "테이블에 백화점 쇼핑백을 올려놨는데 그 안에 돈이 들어있어서 다시 돌려줬다"고 전했다.
그 학생이 안철수 후보의 동생인 건 아느냐는 질문에 "30년이 넘은 일이어서 학생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학생의 아버지가 의사라는 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부친인 영모 씨는 의사로 1963년 부산에 범천의원을 개업해 2012년까지 운영했다.
그는 재단이 나서 안 씨의 성적을 올려준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사학에서 있어왔던 일”이라면서 “재단과 부모가 연관됐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상처가 워낙 커서 대구한의대와 당시 학생들과는 연락을 끊고 살았다고 말했다.
A씨는 "선생으로서 바르게 살려고 했을 뿐인데 남은 건 쫓겨났다는 낙인뿐이었다. 쫓겨났다는 사실만 기억하지 누가 사실관계를 따지겠냐"며 "첫 사회생활이었기 때문에 굉장한 충격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에서 막아서 다른 언론에 기사가 안 나갔고, 동아일보 대구·경북판에도 기사가 안 나왔다. 하지만 서울에 배달된 신문에는 기사가 나갔고, 그 기사를 본 학생들 사이에서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교에서 데모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불거진 뒤 대구한의대에서는 학생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재단 퇴진 운동으로 확산됐다.
A씨는 “첫 직장에서 쫓겨났다는 스트레스가 컸다"며 "이후 한 동안 강의를 못해서 경력이 중간에 비게 돼 호봉산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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