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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리테일 상장 연기하고 가동하는 '플랜B'…우려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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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이랜드 그룹이 긴급 수혈 받게 될 6000억원을 가지고 상장 고배를 마신 이랜드리테일 단장에 나선다. 상장을 통한 조(兆) 단위의 자금조달 길이 막히자 마련한 차선책이다.


이랜드는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랜드리테일 지분 일부를 매각해 6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분 매각과 관련해 동부증권 및 큐리어스파트너스가 투자구조 협의 및 외부투자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이랜드는 당초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여의치 않자 이랜드리테일 지분 일부를 매각해 급한 돈을 수혈 받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오는 6월 3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만기를 앞두고 있어 늦어지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상장 일정을 마냥 기다릴수만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6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은 당장 급한 '빚'을 갚고 나머지 3000억원 중 2000억원은 이랜드리테일 상장의 발목을 잡은 자회사 이랜드파크를 털어내는데 쓴다.

자연별곡ㆍ애슐리, 켄싱턴 호텔 등 외식ㆍ레저ㆍ호텔 사업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는 적자가 누적되고 유동성이 악화돼 최근 아르바이트 및 정직원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놓였다.


문제는 이랜드파크의 어려운 상황이 제거되는 게 아니라 소속만 이랜드리테일에서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로 이동할 뿐이라는데 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 주식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던 이랜드파크 지분을 매입할 방침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를 지주사로 밀어넣으면서 당기순익 개선 효과와 함께 상장을 추진할 때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이랜드리테일이 더 그럴듯하게 외형을 다듬어 2018년 다시 IPO를 추진하게 되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더 커지기 때문에 급하게 수혈하는 6000억원의 일부를 이러한 기업구조 개편에 활용하는 것이다.


'폭탄' 돌려막기 지적에 대해 이규진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랜드파크의 소속이 이랜드리테일에서 이랜드월드로 이동하는 것은 맞지만 이랜드파크가 내년 이후로는 올해만큼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랜드 그룹의 부채비율은 240% 수준이다. 지난해 300%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부동산매각, 브랜드(티니위니)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메워 낮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다. 이번에 6월 만기인 RCPS 3000억원을 막는데는 성공하더라도 이랜드가 최근 몇년간 만기도래 차입금의 차환을 단기차입금으로 돌려막은 터라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가 상당하다. 지난해 말 4조원에서 줄어들긴 했지만 올 1분기 기준 이랜드 그룹의 부채 규모는 여전히 3조2000억원이나 된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랜드에 대해 "회사채만 놓고 보면 올해 만기 규모는 총 3150억원(이랜드월드 무보증사채 1900억원, 이랜드리테일 무보증사채 300억원, 이랜드리테일 담보부사채 950억원 등)"이라며 "상환 부담이 있는데다 향후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시 보유 차입금의 상환압박이 증가해 유동성 대응능력 저하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평했다. 이어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도 늘려온 터라 차입원 질적수준도 저하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랜드가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미루고 선택한 이번 차선책이 신용등급 하향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있는 고민하고 있는 신용평가사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진행 여부를 보고 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을 판단한 후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한기평은 이랜드가 이번에 마련한 자구책을 토대로 이날 오후 4시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 방향성에 대한 세미나를 열 방침이다. 앞서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지난해 12월 이랜드의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지주사격인 이랜드월드와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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