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보복 전방위…표적 1순위 롯데 수난 이어져
민감한 정부 정책 기업 총알받이 사례 비일비재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이번에도 정부는 없었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롯데그룹을 표적으로 한 무차별 보복을 시작하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도마에 올랐다. 한중 군사적 갈등에서 비롯된 중국의 보복 앞에서 사드 부지를 직접 제공한 롯데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28일부터 중국에선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에 대한 전방위 제재가 쏟아졌다.
특히 중국의 표적 1순위인 롯데는 지난달 28일부터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으로 다운된데 이어 롯데인터넷면세점 국문·중문·영문·일문 홈페이지 4곳이 전날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됐다 순차적으로 복구됐다. 중국 롯데 홈페이지는 이날까지 접속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성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을 사드 후보지로 선정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중국 당국의 현지 매장에 대한 시설점검은 200회에 달한다. 지난 1일에도 중국에서 운영하는 롯데 유통시설에 대해 위생과 안전 관련 점검 6건, 소방 점검 4건, 시설 조사 7건 등이 진행됐다.
또 일부 점포에선 롯데와 롯데 거래처가 모든 위험(리스크)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신용장 발급 조건이 변경된 경우도 확인됐다. 일부 식품기업은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의 재입점 심사에서 탈락' 통보를 받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도 쇼핑몰에서 롯데 상품을 빼는 등 사드보복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동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롯데가 지난 1일 하룻동안 중국내 기사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총 328건의 롯데와 사드 관련 언론 보도가 확인됐는데 현지 롯데의 피해 상황을 전한 보도가 108건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과 제재 방안이 언급된 기사는 81건,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기사는 62건이었다. 한미의 사드 배치로 인한 후폭풍을 롯데가 정면으로 맞고있는 셈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롯데뿐 아니라 한국 브랜드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1일 발표한 '2017년 1월 불합격 수입 화장품ㆍ식품' 목록에는 '라네즈 워터사이언스 미스트' 타입 2가지와 화이트플러스 리뉴 에멀젼 등이 포함됐다. 이들 제품은 이미 지난해 10월과 3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품질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뒤늦게 통관 불허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기업탓으로 돌아가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빈병 회수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주병 보증금은 60원, 맥주병은 80원 가량 인상했다. 정부의 세수 확충이 목적이었지만, 이는 주류값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가격인상에 따른 비난을 뒤집어썼다.
대형마트나 대형쇼핑몰이 출점하면서 해당 지역의 소상공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마련한 상생기금도 마찬가지다. 잠실 롯데월드몰의 경우 롯데는 1300억원을 투자해 서울 잠실 사거리 지하에 축구장 3배 규모의 환승센터를 지어줬다. 시내 면세점 특허심사에서도 관광산업 발전과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등이 높은 점수가 배정돼 유통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지자체나 정부가 해야할 일을 기업들에 떠넘기는 사례는 비일비재해 이제는 관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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