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가 강력대응 목소리 고조…"다음달 예정 美-北 대화 가능성 희박"
EU, 김정남 암살 북한이 주도한 사실 확인 땐 독자 제재 강화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김정남 암살 사건'에 북한 정부가 연루된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이 결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을 촉발할 경우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CNN 방송은 22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담한 (김정남) 암살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보이던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이 이번 암살 사건으로 희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북한이 다음 달 뉴욕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릫반민반관릮 형식의 대화 준비 등이 중단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이번 암살사건을 계기로 미 정가에선 강력한 대북 압박을 앞세운 강경론이 거세지고 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비확산·무역소위원회의 테드 포 공화당 의원은 최근 “김정남 암살의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나면 즉각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도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1월 미 하원에서 발의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재지정 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기 858편 폭파사건을 일으키자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2008년 북·미 간 핵 관련 합의 이후 이를 해제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북핵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테러지원국 지정에 대해선 “추가 증거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미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 강도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19일 북한 전체의 수출액 40%를 차지하는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핵과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2321호 결의 이행이 명분이지만 김정남 암살과 이에 따른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예상되는 제재 강화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핵 및 미사일 도발을 겨냥한 독자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북한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한층 강화된 제재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한영 외교부 장관 전략대화를 마친 뒤 기자 간담회를 통해 북한 정부가 암살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국제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조처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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