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코스피 상승률에 못미쳐
펀드설정 원본액 두 배 늘어
증권사·운용사는 수수료 쏠쏠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한국형 헤지펀드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수익률은 코스피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확대에 프라임브로커리지(PBS)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증권사는 적지 않은 수수료 수입을 챙기고 있고, 헤지펀드 운용사도 수익률과 관계없이 운용보수를 챙기면서 배를 불린 반면 수익률이 저조한 투자자만 시름하고 있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리서치 등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말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270개 헤지펀드의 펀드설정 원본액은 7조14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신생 헤지펀드가 자금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헤지펀드는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 등 다양한 전략을 내세워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연 7%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다. 하지만 올 들어(1월3~2월3일) 한국형 헤지펀드 전체 수익률은 0.4%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코스피 상승률(2.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70개 헤지펀드 가운데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상품은 37개에 불과하다. 설정액 1000억원이 넘는 간판급 '멀티스트래트지 펀드'는 대다수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H클럽 에퀴티 헤지(Equity Hedge)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삼성 H클럽 하이브리드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수익률은 각각 -1.14%, -0.56%다. 안다자산운용의 '안다 크루즈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수익률도 -1.73%로 저조하다.
한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매니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만 크게 '아웃퍼폼'하다 보니 시장 수급 자체가 쏠림현상이 심했다"면서 "시장 대비 크게 '언더퍼폼'하는 종목도 없었던 것도 수익률 악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PBS업무를 맡고 있는 증권사는 쏠쏠한 수수료 수익에 웃고 있다. PBS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 회사만 할 수 있다. 국내 PBS 사업자는 현재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사다. 신용제공, 증권 대차거래, 컨설팅 서비스 등이 PBS의 주요 업무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펀드를 운용하면서 주식, 대차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 등을 PBS 업무를 맡은 증권사에게 낸다. 헤지펀드 시장이 커질수록 증권사들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PBS 운용자산 점유율 1위를 자치했다. NH투자증권의 계약액은 2조3419억원으로 점유율이 33.3%에 달했다. PBS 운용 총액은 헤지펀드에 관련 서비스 제공비율과 비례한다. 지난해 리운자산운용, 파인밸류운용, 더블유자산운용 등과 신규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피델리스 자산운용, 엘에이케이자산운용 등 7개 운용사와 계약을 맺고 점유율을 확대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대차거래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스왑거래 발행규모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해외 메자닌 스왑거래와 같은 기존 업무의 고도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뒤에서 매섭게 올라오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삼성증권의 계약액은 1조7899억원으로 점유율은 25.5%다. 이어 미래에셋대우(18.8%), 한국투자증권(14.2%), KB증권(8.4%) 등의 순이다. 올해 신한금융투자가 PBS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은 국내 포화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PBS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에 PBS 업무허가 신청을 낸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중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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