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통신·방송업계의 뿌리 깊은 하청, 재하청…'위험의 외주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9초

노동부 조사 후 하청업체-노동자 1대1 도급 계약 증가
설치건수 따라 수수료, 고객은 '건수'로 전락
더 많이, 더 빨리…위험천만한 근무 환경
미래부, 도급기사의 '전봇대 작업' 불법이라고 해석
"미래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태점검 해야"


통신·방송업계의 뿌리 깊은 하청, 재하청…'위험의 외주화' 지난 9일 박홍근, 유승희, 추혜선 의원은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 유료방송산업 개인도급의 문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AD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1.2016년 11월. 의정부 한 주택가에서 전신수에 올라가 인터넷 개통 작업을 하던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설치기사 김 모씨가 추락,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졌다.


#2. 2016년 12월. LG유플러스 북부산서비스센터 인터넷 설치기사 O모씨는 전신주에서 낙상, 팔에 골절상을 입었으나 산재를 적용받지 못했다.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IPTV, 케이블 방송 등 통신·유료방송 사업자들은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개통 및 수리 업무를 하청을 주고 있다. 하청업체는 이를 또 다시 개인도급 사업자에 재하청을 준다. 이 같은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 유료방송산업 개인도급의 문제와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통신·방송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그 자체로 좋은 일자리라는 사회적 정의와 민생에 반하는 것"이라며 "특히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추락, 감전 등의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은 업무를 무제한적으로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도급사업자 비율은 각각 36%, 48%에 달한다. 개인도급이 확대된 것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4년 9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협력업체 27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설치기사들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동부는 19개 협력업체서 일하는 332명의 근로자성을 인정, 임금체계 등 근로자가 마땅히 누려야할 혜택을 지급하도록 지도했다. 이후 협력업체는 당시 결정을 참고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의 '도급' 형태를 가져왔다.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설치기사와 업체 간 일대일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설치기사는 각각 사업자, 즉 사장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이 고착화되면서 설치기사들은 설치 혹은 수리 건수에 따라 개별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 빨리, 더 많이 수리를 진행하게 되는 불안한 노동현장이 발생했다. 서비스 이용자는 '건수'로 전락했다.


이런 와중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정보통신공사업법상 개인사업자 등이 발주 받아 시공할 수 있는 '경미한 공사'의 범위에 대해 엄격한 유권해석을 제시하면서 개인도급 문제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추 의원이 미래부에 문의한 결과, 미래부는 경미한 공사에 대해 '국선인입선로를 제외한 건축물에 설치되는 5회선 이하의 구내통신선로설비공사를 말한다'고 해석했다. 즉 전봇대 작업, 건물 외벽, 옥상 작업 등은 정보통신공사업자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개인 도급사업자가 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현행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보통신공사업자에 대한 실태점검을 할 수 있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는 "적극적 유권해석을 내놓은 당사자인 만큼 미래부는 법에 근거해 지자체에 모든 권한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유료 통신방송사업자에 대한 등록, 허가권한을 가진 만큼 적극적 의견개진과 함께 사전실사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봉호 미래부 통신서비스기반팀 사무관은 "최근 법 해석 내용을 지자체에 알렸고, 각 지자체에 상반기 중 실태조사를 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이를 통해 위반사항이 있을 경우 지자체가 행정조치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관은 "9000여개의 협력업체가 있는데 지자체 공무원이 일일이 다 찾아다닐 수 없다"며 "현행법에 불법 행태가 일어나고 있는 경우 이를 신고하면 지자체에서 현장에 나가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짧은 시간 내 많은 문제가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협력업체들은 영업상의 어려움으로 개인도급 사업자들을 정규직으로 당장 채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대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제도개선팀장은 "실제로 모든 업체가 모든 공사를 다 할 수 없고, 협력업체 중 연 10억 미만의 매출을 거두는 업체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영세하다"며 "게다가 업무 특성상 노동자들이 남들이 일을 안 하는 야간, 주말 업무가 많은 만큼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