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 화날 일이 많죠. 그걸 반영하는 듯 뉴스의 댓글도 온갖 비난과 분노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일상에서도 버럭버럭 화부터 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화를 다루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우선 화가 난 내 마음과 나를 분리시켜 보세요. ‘화났다’, 즉 영어로 "I am angry"를 직역하면 내가 화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인데 그보다는 "I feel angry now" 즉, '나 지금 화나는 감정을 느껴'라고 여기는 거죠. 감정이 나를 일시적으로 스쳐지나고 있다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감정에 집어삼켜지지 않아요. 그래야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화가 난 ‘진짜 이유’에 대해 자문자답 해 보세요. 표면적으로는 프로젝트에 실패하게 만든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며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결과 승진에서 밀리고 연봉인상이 멀어지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무의식에 깔려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봐요. 승진이 늦어진다고 당신의 모든 것이 무너지진 않아요. 더 높은 직급과 더 여유로운 생활로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당신의 바람이 실현되지 못했을 뿐이죠.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 쓰는 그 자체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이렇게 나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지요.
세 번째로는 이 상황에 대해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조목조목 따지고, 여기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내가 원하는 결말은 무엇인지, 그렇게 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말이에요. 그 대안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구분해 보세요. 그래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그 글을 3일만 묵혀 두세요. 3일 후에 그 글을 다시 꺼내서 액션을 취한다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저지르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이 내게 화를 내는 경우는 어떨까요?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은 낯선 사람이나 악플러들처럼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내게 화를 낼 때, 그 사람은 내게 화가 난 게 아니라 그냥 ‘화가 나 있는 상태’이고 화풀이 대상이 필요한 겁니다. 그 사람들의 화에 똑같이 화로 대응하는 것은 마치 그들이 준 쓰레기를 받아 쥐고 썩은 냄새를 맡으며 괴로워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내게 아무 가치 없는 사람의 감정쓰레기통 역할 하는 거 억울하지 않으세요? 그 쓰레기는 빨리 갖다 버리세요. 그냥 불쌍한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며 마음을 거두는 것입니다.
물론 모르는 사람보다는 가족이나 상사처럼 가까운 사람 때문에 신경쓰이고 화날 때가 더 많지요. 그럴 때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마음속으로 분리시켜 보세요. 예를 들면 직장 상사는 ‘동네 아저씨’로, 어머니는 ‘이웃집 할머니’라 생각하는 거죠. 그럼 그들이 화를 내도 ‘저 아저씨 또 화났네.’ ‘저 할머니 또 잔소리 하는구나’ 생각하며 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바라볼 수 있어요. 상대에게 일말의 기대나 바라는 점이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요. 그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에 줄이 연결되었다면 '낯설게 바라보기'는 그 줄을 툭 쳐낼 수 있게 해 주죠.
그렇게 내 마음의 평정을 찾고 나면 우리는 화내는 상대를 위해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무시이고, 두 번째는 “그 일 때문에 많이 화나셨지요? 저 같아도 정말 속상했을 것 같아요”와 같은 말로 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헤아려 주는 것입니다. 분노를 친밀감으로 바꿀 수도 있는 마법같은 말이지요.
세 번째는 거기서 한발짝 나아가 친절을 베푸는 것입니다. 예전에 저는 매번 빨래를 맡길 때마다 짜증을 내는 세탁소 아주머니를 불쾌해하다가 하루는 마음을 바꿔 마카롱 한 박스와 커피를 들고 간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날 내내 기분이 좋더군요.
분노의 또 다른 이름은 열정입니다. 내가 원치 않는 상황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보세요. 딱히 에너지를 쏟을 곳이 없다면 밖에 나가 미친 듯이 뛰며 운동을 한다거나, 노래를 크게 부르며 에너지의 방향을 살짝만 바꿔보세요. 당신의 귀한 마음이 쓰레기통이 아닌 꽃밭이 될 테니까요.
김수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