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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지난 계절의 기억으로 남은 시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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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는 따뜻한 바다를 뒤덮은 화원처럼 보인다. 산호는 18세기까지만 해도 식물로 분류되었고, 석회질 골격 때문에 광물로 오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산호는 동물이다. 강장과 입을 가진 작은 개체(個體), 즉 산호충들이 모인 군체(群體)로서 자포동물로 분류된다. 산호충은 입 부분에 있는 수없이 많은 촉수를 이용하여 동물성 플랑크톤을 활발히 잡아먹는다.


시집과 계간지를 내는 파란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시의 숲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은 맹렬한 생명력을 발휘하여 뛰어난 작품을 써내고 세련된 시집을 쏟아낸다. 아시아경제의 지면을 통하여 여러 차례 파란의 시인들을 소개했으나 유난히도 뜨겁고 존재감이 뚜렷했던 지난 두 계절을 거치는 동안 간과한 시집이 몇 권 있다.

[신간안내] 지난 계절의 기억으로 남은 시집들 뉴로얄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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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로얄사우나 (서동균)
서동균의 시들이 익명의 공간 내부의 보이지 않는 세부들과 실존적 기억이 새겨진 장소들 사이에서 구축되고 있음은 기이한 일이 아니다. 그것들은 시적인 상상력이 공간 혹은 장소와 맺는 두 가지 층위의 관련성을 잘 보여준다. 공간의 상상력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의 미묘한 세부를 만난다면, 장소의 기억에서는 지울 수 없는 시간의 이름을 찾아가게 된다. 시는 시간과 사건의 인과적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시적 장면들 안에 내재된 다른 시공간의 이미지들을 열어 주려 한다. 공간과 장소들이 비밀을 갖는다는 것은, 그 안에 시적인 상상력으로만 드러낼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시는 하나의 공간과 장소 안의 예기치 않은 내밀함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 경험은 상투적인 삶의 공간을 낯설고 풍부하게 만드는 시적인 경험이다. (이광호 해설)


[신간안내] 지난 계절의 기억으로 남은 시집들 새들을 태우고 바람이 난다

■ 새들을 태우고 바람이 난다 (이원호)
누군가는 이제 와서 다시 ‘노동의 새벽’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의 새벽은 아직도 흥건한 붉은 피를 흘리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저 과거 속으로 떠밀어 버린, 이원호가 이십대를 보냈던,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지금-여기 도처에 여전한 것이다. 과거에 대한 애도의 완결이 불가능했다면 그 이유는 타의에서든 자의에서든 성급하게 그 시절을 닫아 버려서가 아니라 아직도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원호가 첫 시에서 발견한 “화두”는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떠나보냈지만 결코 떠나보낼 수 없는 그 무엇, 떠난 듯하지만 실은 여전히 떠나지 않은 그 무엇, 이곳에 현재로 지속하는 과거, 그것에 대한 우리의 태도 말이다. 그것은 멈추지 않는 애도다. 애도는 멈추어서는 안 된다. 애도가 멈추는 순간 삶도 시도 불가능해진다. 과거가 삭제된 현재는 자폐에 지나지 않으며 그때 언어는 그저 독백에 불과하다. 애도는 윤리이자 미학이다. (채상우 해설)

[신간안내] 지난 계절의 기억으로 남은 시집들 리듬

■ 리듬 (장석원)
이 들끓는 시집을 뭐라 부를까. 개괄도 요약도 거부하는 혼돈, 격정, 슬픔의 더미를. 거친 말과 비문이 속출하고 어떤 말들은 하염없이 반복·분열 중이다. 착란의 리듬으로 폭주하는 진술과 독백들, 행간의 비약, 그리고 강박적인 언어유희들을 ‘방법적 정신분열’이라 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중 인격의 내부가 그렇듯 개별 작품들 안에서도 층위와 음색이 다른 목소리들이 뒤섞이고 비산한다. 주체와 대상, 말과 사물의 연관은 희미해진다. 화자라 불리는 인물의 통상적인 발언이 중지되고 시가 낯선 목소리들의 수라장이 되는 것은, 우선은 그가 저 자신을 심문한 결과이거나 정신의 특이한 개방성 때문일 것이다. 의식을 취한 듯한 상태에 놓고 계획 없이 흘러나오는 말들이 흩어지고 뭉쳐지게 두는 것은, 기존의 시 관념을 덜 믿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시를 더 믿는 태도이다. (이영광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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