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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부터 우주까지 춤췄다, 이희중의 붓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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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번째 개인전 마치고 회고…“상징과 초현실 요소 한폭에 담을 것”

진달래부터 우주까지 춤췄다, 이희중의 붓끝에서 이희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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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지금시대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전통이다. 박물관 안에 있는 것도 끄집어내서 새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그것이 전통이다. 역사라는 몽둥이로 현재를 깨부숴야 미래로 갈 수 있다."

서른여덟 번째 개인전을 마친 이희중 화백(61ㆍ용인대 회화과 교수)은 그 동안 구상성 짙은 심상 풍경과 우주를 명제로 한 추상작업을 병행했다.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풀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확실하다.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변주(變奏)를 시도하는 것이다. 작품은 크게 나비와 소나무 같은 전통적 소재를 토대로 민화적 형식을 재구성한 구상회화와 다양한 기호들을 변환해 유기적인 화면을 구성한 추상회화로 나뉜다.

진달래부터 우주까지 춤췄다, 이희중의 붓끝에서 찬란한 우주, 2015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추상화를 그렸다. 수채화로 거미줄을 단순하게 선과 면으로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이미지나 구체적인 형상을 해석해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근작인 '찬란한 우주(2015)'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화백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나서 새로운 세계를 꿈꿨다. 중학교 시절에는 창덕궁, 경복궁을 다니면서 동시에 한글과 다양한 문자들을 나름대로 변형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시의 이미지를 수채화, 포스터컬러, 유화 등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1980년대 말 독일(뒤셀도르프) 유학 시절에는 현지 문화를 자기화(化)시킬 뿐 흔들리지 않았다. 당시 유럽에는 펑크문화가 유행했지만 그는 양복을 챙겨 입어 오히려 자신을 드러냈다. 유학 중 작품 소재는 전통에서 구했다. 추상과 형상이 혼재된 이미지가 등장하는 유화작업과 화선지 위에 먹으로 그린 추상작업이었다. 고대의 거친 벽화 같은 느낌을 준다.


"자기 것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유학시절엔 그들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애썼다. 안 받으려고 해도 받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이야기를 할 생각이라면 우리 것을 더 잘 알아야 한다. 당시에는 이미지나 상징으로 표현했는데 고구려벽화, 민화, 서예 요소들을 주로 활용했다. 진중하고 무겁게 그렸다. 힘으로 억세게 그렸다. 가볍게 감각적인 것을 그리면 독일 사람들이 싫어했다."


진달래부터 우주까지 춤췄다, 이희중의 붓끝에서 산과 용, 155*145cm,1986년



귀국 후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진달래, 소나무 등 구상적인 면에 집중하거나 다양한 색을 가지고 추상을 그렸다. 색채에도 민감해 최근 패션 흐름에도 눈길을 준다. 그는 "귀국 후에는 심상 풍경과 우주라는 구상과 추상작업을 병행해서 했다. 화면의 구조와 색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작업한다"고 했다.


올 한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2016년 5월과 10월에는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개인전을 했다. 지난 10월13일부터 16일까지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참가했다. 이달에는 '성남아트페어 2016(15~20일)'에 추상작품 여덟 점을 출품했다.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리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시회를 아예 안 할 생각이다. 그간의 것들을 종합해보려고 한다. 새롭게 작업실도 구하고 있다. 상징과 초현실 등 여러 요소들을 한 폭에 담을 계획이다. 완전히 추상도 아니고 구상도 아니다. 어떤 부분은 형상이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필요한 요소들을 추리려 한다. 민화가 중심이 될 수 있다. 내 그림은 각 요소들마다 전혀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가 꿈꾸는 세계이기도 하다."


나이도 어느덧 환갑이 지났다. 그는 이제 작가로서 일생일대의 순간이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마지막까지 그 때를 대비한다. "이제 일 년에 두 점씩만 그리려 한다. 더 이상 나이가 들면 힘이 빠져서 내 힘으로 그림을 못 그리게 될까 겁난다. 그림 그리기를 누군가 도와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진달래부터 우주까지 춤췄다, 이희중의 붓끝에서 첩첩산중, 2014년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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