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오는 11월 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막판 대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투표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 방침이 대선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낙승을 예상했던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은 초비상이 걸렸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막판 뒤집기를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클린턴의 우세 분위기는 지난 주말 FBI 재수사 착수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는 바람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공개된 워싱턴포스(WP)와 ABC방송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6% 지지율로 45%를 얻은 트럼프에 불과 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하루 전 조사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7%대 45%로 박빙이었지만 하루 만에 격차가 더 좁혀진 셈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트럼프의 지지율 역전 가능성도 점쳐질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 FBI 재수사가 힐러리의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응답자중 34%가 이번 일을 계기로 클린턴 지지의사가 약해졌다고 응답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으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 클린턴과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존 포데스타 클린턴캠프 선대본부장은 CNN 방송에 나와 "대선을 불과 11일 앞둔 시점에 이런 것(재수사)을 던지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불공정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코미 국장은 문제가 되는 점이 무엇인지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등 4명의 의원들도 "코미 국장은 11월 1일까지는 재수사를 착수하게 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공개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은 공화당 당적을 유지해온 코미 국장이 선거 막판에 기습적인 재수사 방침을 공개한 것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FBI는 이와 관련,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 진영은 총공세다.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서 "사기꾼 힐러리가 수많은 이메일을 삭제하고 숨겼던 일이 곧 밝혀질 것"이라면서 "내가 대선에 승리하면 이를 모두 공개할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코미 국장의 클린턴 이메일 불기소 결정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던 트럼프는 이번엔 "그가 결정을 참 잘했다.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밖에 "이미 여러 지역에서 내가 앞서 나가고 있다"면서 "이제 공화당 지도부만 나를 돕는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통령후보인 마이크 펜스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미 국장이 미 의회에 보고한 대로 재수사를 반드시 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메일 스캔들을 조사하던 FBI 수사관들이 이달 초 재수사의 단서가 된 이메일들을 발견하고도 27일에야 뒤늦게 제임스 코미 FBI 국장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코미 국장은 다음 날인 28일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에 서신을 보내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문제의 이메일은 FBI가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미성년자 '섹스팅'(음란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 중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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