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SK케미칼·GSK 등 "500억 손실 폐기량 줄여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4가 독감백신 시장을 둘러싼 제약사들의 백신경쟁이 국내 제약사인 녹십자와 SK케미칼, 그리고 해외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3자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업계에선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한 제약사가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폐기되는 백신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 공급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200만∼2300만 도즈(2200만~2300만명분)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국내 독감 백신의 연간 수요량은 1700만~1800만 도즈로 400만~600만 도즈 가량이 초과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독감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전년도에 다음해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독감의 종류를 선정하면 국내외 제약사들이 미리 백신을 생산해 출하한다. 매년 균주가 달라져 생산한 해에 팔지 못하면 잔량은 모두 폐기처분 한다.
올해도 국내 전체 백신 공급량 2300만 도즈 가운데 500만 도즈 가량은 각 제조사로 반품돼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1도즈당 3가 백신이 1만원 정도, 4가 백신이 약 1만5000원에 공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과 공급 물량이 폐기될 경우 최소 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생기는 셈이다.
때문에 판매 경쟁, 즉 '누가 적게 독감백신을 폐기하느냐'의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독감백신 시장을 소위 '1년 장사'로 일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시된 4가 독감백신은 GSK '플루아릭스 테트라', 녹십자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4가' 등 3가지다.
국내에 처음으로 4가 백신을 내놨던 GSK는 경쟁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GSK는 이달 초 출시된 4가 백신 공급 물량을 2주여 만에 대부분 소진했다고 설명했다.
GSK 관계자는 "지난해 4가 독감백신을 150만 도즈, 올해는 200만 도즈 공급했는데 이미 완판됐고, 심지어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며 "GSK가 4가 독감백신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감백신 전통의 강호 녹십자는 올해도 예년 수준인 900만 도즈 안팎을 내놓았다. 3가와 4가 백신은 5대5 비율로 공급한다. 3가 백신은 65세 이상 노인 독감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대부분 투입되고 4가 백신은 민간 시장용이다.
지난해 세포 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을 내놓으며 독감 백신시장에 뛰어든 SK케미칼은 400만 도즈 가량을 생산해 360만 도즈 정도를 판매했다. 올해는 500만 도즈를 생산했고, 4가 백신의 비율은 마찬가지로 절반 정도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각에서는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독감 백신 생산 규모를 당장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갑작스럽게 독감이 유행할 경우 대형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8~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독감 백신 부족사태를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독감이 갑자기 유행할 수 있어 생산 여유분이 지나친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판매되지 않은 물량은 폐기되지만 업체들이 독감백신 물량을 줄였다간 국민건강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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