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지난해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317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25일 사망한 농민 백남기(70)씨의 장례식장이 조문객들로 가득찼다. 백씨의 장례식장이 마련된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은 이날 백씨의 사망 이후 경찰병력이 배치되면서 시민 및 조문객들의 방문이 제한됐다가 오후 6시23분에서야 해제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서울대학병원 입구를 막고 일반 환자 및 보호자를 제외한 백씨 조문객의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백남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이 언제부터 검문검색해서 들어가는 곳이 됐나"며 "백씨를 조문 온 사람은 무조건 막고, 왜 막느냐고 물어도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입구 앞에는 경찰에 의해 출입이 늦어지면서 일부 시민들의 불평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 여성은 "모레가 아들 수술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하냐"며 "아이 아빠와 빨리 교대를 해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경찰은 이들의 방문 목적을 일일이 확인한 후 환자나 병원 관계자는 바로 들어가게 해줬지만 환자 보호자는 전화를 통해 사실이 확인돼야만 출입을 허락했다.
백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 주변도 이날 오후 경찰들에 의해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됐다. 정문을 통과해 온 시민들이 수백명의 경찰들과 대치하며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도대체 못 들어가게 하는 이유가 뭐냐"며 소리를 쳤고 한 시민은 경찰에 의해 넘어지면서 구조대가 출동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곳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경찰과 시민이 대립하고 있는 곳을 찾아 경찰 병력 배치 해제를 요구했지만 출입제한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다. 백씨 딸인 백도라지씨의 삼촌이라고 밝힌 남성은 "검찰의 검시가 끝나면 경찰이 배치를 풀기로 했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경찰 배치는 박 의원이 경찰청장으로부터 해제 허가를 확인받고 경찰 관계자가 배치 해제를 명령하면서 오후 6시23분께 풀렸다.
이후 백씨의 장례식장은 이곳을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장례식장 앞에 긴 줄을 늘어서 조문 차례를 기다렸다. 조문 행렬은 복도로도 부족해 바깥 입구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조문객 김경희(51)씨는 "백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보고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급히 왔다"며 "너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와 경찰 측은 백씨의 부검을 놓고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가 중태에 빠진 것은 경찰의 물대포 때문이 확실하다며 추가적인 부검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측은 "물대포로 인해 쓰러진 것이 확실한 백씨에게 부검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경찰은 백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백씨의 부검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백씨의 부검과 관련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검 여부를 밝힌 적은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진압과정 중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그는 이후 대뇌의 50% 이상이 손상돼 인공호흡기와 약물에 의존해 317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러다 전날 이뇨제를 투약해도 소변이 나오지 않아 수혈, 항생제투여, 영양공급 등을 할 수 없는 위독한 상태가 지속됐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후 1시58분 백씨가 금성신부전으로 숨졌다고 공식 판정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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