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사이버테러·노동개혁에 野 협조 요청…노무현 탄핵 사과해 '눈길'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5일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운영 전반에 국민을 제일로 삼는 '국민 퍼스트(first)'를 주창했다. 연설문에 '국민'이라는 단어가 80여번 사용됐을 정도다. 그는 국민이 주도하는 정치개혁과 개헌 추진을 강조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첫 주자로 나선 이 대표는 인터넷 댓글에 나타난 국민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댓글 민심에 드러난 국회의원들의 '부정청탁' '보여주기식 행보' 등 구태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셀프 반성론을 펼쳤다.
그는 "국회가 처절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지금 우리 정치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수년 내에 국민에 의한 대혁명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후년 헌정 70년을 맞아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이 주도하는 혁명적 국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중 국민위 설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개헌 역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반영구적 국민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까지 이 같은 '국민 중심 연설문'을 직접 작성하며 다듬었고, 보좌진들은 인터넷 댓글 수집에 투입됐다는 전언이다. 그는 당 대표 출마 때부터 '섬기는 정치'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자처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개혁을 강조해 왔다. 당선 후에는 국민공감전략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가 줄기차게 정치권의 갑질 타파와 국민으로부터의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말단 당직자에서 당 대표로 거듭난 '무수저' 출신이라는 점이 배경이 됐다. 또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야 공격만으론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긴 어려움이 따르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복안도 담겨 있다.
서울시 청년수당사업 등 야권이 추진하는 복지 정책에 대해선 비판적 기조를 유지했다. 이 대표는 "일부 정치인이 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며 "무분별한 인심 쓰기이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는 인기영합용 무상복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 4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일자리 민주화'를 이룩하겠고 밝혔다. 일자리민주화는 야권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를 대체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사이버테러 등과 관련한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야권을 향해 "이제는 역지사지의 정치를 펼쳐야 할 때"라며 "대선 불복의 나쁜 관행을 멈춰 달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화끈하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끝으로 그는 보수정당 사상 첫 호남 출신 당 대표라는 점을 언급하며 "호남도 주류정치의 일원이 돼야 한다.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한 여야 기싸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오는 7일 각각 연설에 나선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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