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대표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개 사과
지난해 허위사실에 근거해 노조 비판
'통일행보' 중국행 이어 '진정성' 담긴 기자회견 성사 관심
강경 우파 이미지 탈피해 노동정책 관련 좌표 재설정 계기 될 수도
9월 정기국회 일정 준비…도시 빈민 위한 민생탐험 계획도
지난 23일에는 백두산 등반, 대권 구상 구체화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귀국 직후인 26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갖는다. 방중 성과를 전하며 대권행보를 구체화할 자리로 관심을 모았으나, 실은 법원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다소 불편한 자리로 바뀌었다.
2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회견은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허위사실을 언급한 것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이 지난달 공개 사과 강제조정을 결정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 노조가 제 밥그릇 불리기에만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문을 닫았다"면서 콜트악기와 자회사인 콜트의 노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 때문이 아니라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는 대법원 판단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김 전 대표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300일 가까이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대표 측은 현재 조심스럽게 공개 사과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콜트 노조에 따르면 국회 정론관이 유력하다. 만약 정론관에 선다면 13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김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사실상 폐기된데 대해 이곳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번 공개 사과는 콜트 노조와 악연을 끊고 상처를 위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약 한 달간 지방을 돌며 농민과 노동자의 삶을 목도한 만큼 태도의 변화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예상이다.
일각에선 이번 회견이 김 전 대표에게 불리한 카드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 보수의 이미지가 강한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정책과 관련된 이념의 좌표를 재설정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기 위해 품어야할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아울러 기자회견을 기회삼아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토로할 수도 있다. 준비된 원고만 읽지 않고 정론관 옆 백브리핑에서 그간 품어온 대권 구상과 함께 중국 방문의 성과,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언급이 가능한 정치 사안으로는 사드 배치와 한중 관계, 우병우 수석 사태 등이 꼽힌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최근 방중 기간동안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고, 3주간의 민생탐방 소식을 전하던 페이스북도 개점휴업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에어부산(BX)3383편을 타고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지난 22일 중국으로 출국한 뒤 이튿날인 23일에는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구에서 백두산 등반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룽징시에 있는 윤동주 시인 생가와 청산리대첩비 등 항일 운동 현장을 방문했다.
김 전 대표 측의 측근은 "귀국 직후 길게 자란 수염을 깎는 등 9월 정기국회 등원 채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 일정과 병행해 도시 빈민과 근로자의 삶을 살펴보기 위한 민생탐방도 이어갈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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