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기자] "일본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그 다음에 배상을 해야죠. 10억엔을 형식적으로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인 색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인류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무치는 청춘을 그렇게 바쳤잖아요. 일본이 무엇인가 해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분들을 위로해 드리고 국가적으로 보상을 해야 합니다."
김정애 3·1여성동지회 명예회장(82·사진)은 "일본은 악독한 일을 저지르고도 끝끝내 사과를 하지 않고 돈으로 하려는 것 같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독립운동가 류우석 지사와 조화벽 지사의 맏며느리다. 류우석 지사는 류관순 지사의 오빠로 공주 영명학교 재학 중 학생대표로 독립선언서를 등사하고 대형 태극기를 만들어 시위 군중에게 나누어주는 등 아우내 장터에서 3·1만세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렀다.
김 명예회장의 시어머니 조화벽 지사는 여성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다. 개성 호수돈 여학교 재학 중 3·1운동이 일어나자 비밀결사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고향인 강원도 양양에서 3·1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독립선언서 한 장을 버선에 숨겨 가죽가방에 담아 운반하고 태극기를 제작해 군민들에게 배포했다. 결혼 뒤에도 아버지가 세운 정명학원에서 교육자로 이름을 남겼다.
김 명예회장은 "시어머니 조화벽 지사는 저에게 항상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 아무 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중앙여고 교사로 1965년부터 1998년까지 재직했으며 류관순열사기념사업회 법인이사와 유족장학회장을 맡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어느 나라든 독립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중국에다가 임시정부까지 세우면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고 전 재산을 바치고 해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애썼다"며 "우리가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후손들에게 정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회장은 또 "사회가 물질적으로 변하다보니 젊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버리고 다른 나라에서 살 수도 있다는 현실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김 명예회장이 기증한 조화벽 지사의 유품들은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오는 11월10일까지 전시된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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