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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을 단두대에 올렸다, 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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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사람 - 20세기의 눈, 연출사진을 철저히 거부했던 사진가 브레송 타계 12주기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 전설적인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이 말은 사진으로 20세기를 증언했던 그의 작품과 삶을 간명하게 표현한다. 브레송은 연출이나 조명, 촬영 테크닉 등을 완전히 배제하고 피사체의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고 세계 곳곳에서 역사의 현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3일은 사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세상을 떠난 지 12년이 되는 날이다. 2004년 8월 그가 세상을 떠나자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는 추모사에서 "시대의 진정한 증인으로서 그는 정열적으로 20세기를 촬영하면서 자신의 범우주적인 불멸의 시각으로 우리에게 인간과 문명의 변화를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주요 언론들도 그의 부고를 전하며 '20세기의 눈', '사진 미학의 교과서', '현대사진의 아버지' 등의 표현을 썼다.

그는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 등 역사적인 사건들과 간디, 피카소, 사르트르, 마티스, 샤갈 등 동시대를 살았던 위인들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겼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 남자가 사다리를 밟고 물이 고인 웅덩이 위를 뛰는 순간을 포착한 '생 라자르 역 뒤에서'라는 작품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사진처럼 역사적 사건에서, 유명인들의 삶에서, 또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그가 찍으려고 했던 것은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를 설명할 때 항상 따라 붙는 이 말은 그가 1952년 출간한 사진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결정적 순간'을 단두대에 올렸다, 브레송 생- 라자르 역 뒤에서, 파리 1932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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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작가 피에르 아술린이 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세기의 눈'에 따르면 그는 연출사진을 찍지 않았고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도 금물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런 사진들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고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브레송도 몇 장의 누드 사진을 남겼다. 하지만 사진에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유명한 것이 '생 라자르역 뒤에서'를 찍은 이듬해인 1933년 촬영한 '누드, 이탈리아'다. 사진에는 맑은 물 위에 떠있는 여인의 매혹적인 나신이 비스듬하게 담겨 있다. 얼굴이 잘려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화가 레오노르 피니다. 당시 브레송은 친구였던 앙드레 드 망디아르그, 피니 등과 유럽을 여행하면서 이탈리아의 한 만에 벌거벗고 뛰어들었고 이때의 결정적 순간을 이렇게 남긴 것이다.


브레송은 만년에 화가로 활동할 때도 소파에 누워 쉬고 있는 두 모델의 누드를 사진에 담은 적이 있다. 다만 피에르 아술린이 쓴 전기에서는 브레송이 남긴 가장 '포르노그래픽한' 사진으로 프랑스 시골 풍경을 촬영한 '브리, 5월(Brie, mai)'을 꼽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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