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주택담보대출 4.2조 급증…2010년 이후 비수기 최대폭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지난 7월 한 달 동안 주요 대형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기인 여름철에 주담대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7조5165억원으로 전월인 6월(363조3147억원)보다 4조2018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7월 증가분으로는 최대폭이다.

아울러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크게 늘었던 6월(4조84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분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5월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한 데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 달 사이 8조원 넘게 급증한 셈이다.

이처럼 주담대가 급증한 주요인으로는 최근 늘어난 부동산 거래량이 꼽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4031건으로, 2006년 정부가 거래량을 조사한 이래 7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 등에 투자용 수요가 몰린 것이 거래량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도금 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도 7월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전체 매매대금의 60∼70%를 약 2년에 걸쳐 중도금으로 분할 납부하기 때문에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집단대출이 자동으로 늘어나게 된다.

최근 초저금리 기조에 따라 대출금리가 하락한 점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내린 1.25%로 결정, 각 은행은 이에 맞춰 대출금리를 조정했다. 실제 주담대의 기준 역할을 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6월 기준 1.44%로 5월(1.54%)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작년 7월 0.1%포인트가 떨어진 뒤 약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전세난으로 매매로 눈을 돌린 세입자들이 담보대출을 많이 받아간 데 따른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매매 거래가 늘어나면서 7월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에 비해 0.54% 뛰었다. 같은 기간 전세 가격은 0.24%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에 육박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늘어난 점도 주택 매매를 견인했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