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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연광철 "춘향전 부르려면 문화 알아야죠. 오페라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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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8~10일 후배들 위한 마스터클래스

베이스 연광철 "춘향전 부르려면 문화 알아야죠. 오페라도 같아요" 연광철(사진=JCC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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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오랫동안 2등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 베이스 연광철(51)은 그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27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에서 만난 그는 "세계최고, 1인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먹고살고, 내 가족을 부양할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생각해요"라고 했다.


연광철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세계적인 성악가다. 그의 일정표는 2018년까지 해외 공연 일정으로 빼곡하다. 올해 이미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 프랑스 파리오페라에 다녀왔고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극장 등 내로라하는 오페라단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매년 여름(7월 25일~8월 28일) 독일 바이로이트 그뤼넨 휘겔에서 바그너 음악축제(Bayreuth Festival)가 열린다. 바이로이트는 매우 까다로운 무대다. 작센 지방의 사투리가 섞인 바그너 악극(Musik Drama)의 노래들은 독일 성악가들도 그 뉘앙스를 완벽히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연광철은 1996년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74)의 권유로 처음 출연한 뒤 20년 가까이 이 축제와 함께하고 있다.


연광철은 스스로를 '촌놈'이라 부른다. '촌놈'이 세상에서 알아주는 성악가가 되기까지 정해진 길은 하나도 없었다. "충북 충주의 산골에서 태어나 청주공고에 갔어요. 건축설계기능사 자격시험에 낙방한 다음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해서 청주대학교 음악교육과에 진학했죠". 시험에 떨어진 고등학생 연광철은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하굣길에 어둑한 20리 산길을 노래를 부르며 이겨낸 꼬마. 고2 때 학교 음악 경연대회에서 '선구자'를 불러 1등한 기억도 났다. 노래공부는 겨우 세 달 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소를 팔았다.


그는 "유학도 물가가 싼 불가리아로 갔다"고 했다. 그가 유학을 갈 때 아버지는 논을 팔았다. 불가리아에 갈 때 그의 손엔 단돈 700달러뿐이었다.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공부할 때는 베이스가 아닌 바리톤 선생님에게서 배웠죠.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일했지만 '퍼스트 초이스'(first choice)가 아닐 때도 있었고요."


베이스 연광철 "춘향전 부르려면 문화 알아야죠. 오페라도 같아요" 연광철(사진=JCC아트센터 제공)


키 170㎝. 동양인 연광철의 유럽 오페라 가수 생활은 쉽지 않았다. 특히 베이스는 왕이나 제사장 등 무게감 있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그는 "키, 얼굴 등 모습부터 그들과 동화되기 어려웠다. 분장사가 고무로 코를 만들어주려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겉모습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기에 음악에 더욱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몸은 작지만 노래할 때 존재감은 거인 같은' 성악가가 되었다.


연광철이 내달 8~10일 재능문화재단과 함께 후배 성악가를 위한 마스터 클래스를 연다. 성악 테크닉은 물론 서양의 노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그는 "유럽에서 활동할 때 내가 겪는 문제에 대해 상의할 사람이 없어서 어려웠다. 중요한 오디션이나 무대를 앞둔 후배에게 좋은 충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마스터클래스 참가 신청은 학연이나 지연에 관계없이 받았다. 남성 여섯 명, 여성 네 명이 뽑혔다. 연광철은 "한국의 성악 엘리트가 세계 엘리트일 수 있느냐는 우리가 자문해봐야 할 문제"라며 "성악은 음성과 재능, 거기에 발을 맞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양 문화를 이해하고 노래하려 했다. 후배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그는 한국 사람이 유럽 오페라곡을 부르는 일을 '방글라데시인의 춘향전 부르기'에 비유했다. 연광철은 "춘향전을 제대로 부르려면 과거제도, 관비제도를 이해해야 하듯 단순히 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광철에게는 늘 풀지 않은 짐 가방 두 개가 있다. 그는 1년 중 300일 가까이 떠돌아다닌다. 시간이 지나면 해외 일정을 줄이고 한국 무대에 더 자주 오를 생각이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출연한 뒤 고향인 충주의 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대학 은사가 있는 청주의 한 양로원에서도 노래했다.


"늙으면 과수원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꿈이다. 화초를 키우고 꽃의 인생, 열매의 일생을 지켜보며 노래를 부르고 싶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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