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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의 꿈을 쏘다, 양궁대표팀 감독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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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데이비드, 기량 부족하지만 세계양궁협회 추천으로 리우 출전
기록 계산 위해 덧셈까지 가르쳐…

말라위의 꿈을 쏘다, 양궁대표팀 감독 박영숙 말라위 양궁 국가대표로 리우올림픽에 나가는 알레네오 데이비드(왼쪽)와 박영숙 감독[사진=열매나눔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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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가난한 나라,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양궁대표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있다. 알레네오 데이비드(21). 한국인 박영숙 감독(56)이 데이비드의 꿈을 현실로 바꿨다.

데이비드는 말라위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가는 양궁 선수다. 국제대회 성적으로는 리우올림픽에 나갈 실력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세계양궁협회(WA)가 한 달 동안 특별훈련을 하고 가능성을 확인한 뒤 개발도상국 선수를 위한 '추천선수(와일드카드)' 자격을 줬다.


박 감독은 "데이비드의 실력이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받은 관심과 사랑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리우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말라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87달러(약 32만원)에 불과하다. 양궁 선수도 데이비드를 포함해 열 명 뿐이다. 박 감독은 빈민가인 구물리라 마을에서 주 1~2회 양궁을 가르친다. 하루 한 끼를 먹기도 어려운 선수가 대부분이다.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양궁 지도는 쉽지 않다. 영어를 하는 선수가 한 명 뿐이라 박 감독이 영어로 설명을 하면 이를 치체화(말라위 언어)로 바꿔서 전달한다. 박 감독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영어를 가르치고, 양궁 기록을 계산할 수 있도록 덧셈 공부도 병행한다"고 했다.


말라위의 꿈을 쏘다, 양궁대표팀 감독 박영숙 박영숙 감독과 말라위 양궁 대표 선수들[사진=열매나눔인터내셔널]


훈련 환경은 훨씬 열악하다. 과녁을 붙일 '다다미'조차 없어서 자루에 흙이나 버려진 종이상자, 담배 나무줄기의 부스러기 등을 넣은 다음 고정대에 매달아 썼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양궁 관련 장비와 지원금을 후원하는 기업도 제법 많아졌다.


박 감독은 1979, 1983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하고 1983년 아시아선수권에서 6관왕에 오른 실력파로 김진호(55), 서향순(49)과 '트로이카'로 불렸다. 말라위로 가기 전에는 이탈리아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안정된 생활도 했다.


그는 2014년 3월부터 말라위에서 양궁을 가르쳤다. 가난한 나라의 자립을 돕는 국제기구 '열매나눔인터내셔널'에서 낸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양궁을 지도하고 싶다"고 지원했다.


그는 "말라위에서 2년 넘게 지내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양궁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까지 말라위에서 지도자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현지에 양궁 클럽을 만들어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말라위 정부와도 생각을 모으고 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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