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놈이 나타났다. 누군가는 음악에 취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부산행 기차표를 사버린 후였다고 했다.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듣고는 그곳으로 가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을 것만 같다. 이미 몇 번을 다녀왔건만…. 특정 지역의 찬사를 읊어대는 노래야 많았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처럼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제주도 푸른 밤’이나 ‘여수 밤바다’. 그런데 더 센 놈이 ‘부산에 가면’이다. 롯데 야구장에서 목청이 터져라 부르는 부산 갈매기의 흥겨움도 좋지만 인생은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다. 그리움, 상실감 그리고 아련한 추억들. 그런 것들을 보듬어주는 곳이 있다. 남포동 포장마차거리다.
해운대는 걷는 것, '해운대해수욕장'
해운대는 항구도시 부산의 심벌이다. 서민 물가의 바로미터로 대접받는 라면값처럼 여름휴가의 척도는 해운대해수욕장의 인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가 시즌이면 각 방송사에서는 앞다투어 해운대 앞 바닷물에 몸을 담근, 마치 콩나물시루의 까만 콩 같은 엄청난 인파의 모습을 담는다.
해운대는 수영만 앞의 광안대교를 오른쪽으로 두고 달맞이 고개를 왼쪽에 두었다. 백사장 길이는 1.5킬로미터. 방풍림 대신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것은 우뚝 솟은 호텔과 빌딩숲이다. 그래서 해운대해수욕장의 해변은 장난감처럼 보이고 더욱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해운대의 모래사장에 앉아 깡소주를 마셔야 부산에 온 맛이 난다는 지인도 있고, 해운대 여름밤 풍경에는 지누션의 ‘전화번호’가 안성맞춤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지인도 있다. 그러나 내가 즐기는 해운대놀이는 철 지난, 혹은 철을 앞둔 날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은 걸어야 제맛이다. 낮이든, 밤이든.
1부터 73번까지, '남포동 포장마차 거리'
주당인 후배에게 먹거리 풍부한 부산은 천국 같은 곳이다. 부산에는 항구도시의 풍취를 간직한 술맛 나는 포장마차 거리가 몇 군데 있는데, 깡통시장과 국제시장 근처의 남포동(부산 BIFF거리 비프광장로)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낸 포장마차 거리를 발견했다.
족히 100미터쯤 되어 보이는, 꼬리에 꼬리를 문 포장마차들이 영업 중이었다. 술과 안주를 주문한 다음 주인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물으니 포차 거리가 생긴 지 27~28년은 됐을 거라고 하셨다. ‘김떡순’ 같은 이름 간판을 대신해 숫자로 표시한다. 후배가 찾았을 때에는 1번이 제일 형님, 막내는 73번이었다. 안주는 해산물부터 육류까지 다양하다. 가짓수는 열다섯 개에서 스무 개 정도로 공통 사항이란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포차 거리가 형성될 즈음에는 깍두기형님들에게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지불했지만 지금은 관리를 담당하는 포장마차협회가 있고 포장마차를 통째 배달도 해주는 배달꾼도 있다던가. 작은 포차들이다 보니 옆자리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술과 안주와 말도 트게 되는 요상하고 재미난 곳이다. 예민한 언니들을 위한 팁을 하나 건네면, 구역별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건물들이 정해져 있으니 맘 편히 술을 마셔도 된다.
Infomation
부산시청 http://tour.busan.go.kr, 1330(부산관광안내)
해운대해수욕장 051-749-5700,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64
부평동 포장마차거리 부산시 중구 남포동3가 비프광장로, 해 질 무렵~새벽
글=책 만드는 여행가 조경자(http://blog.naver.com/travelfoodie), 사진=황승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