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캐릭터 페어' 참석 '헬로키티의 어머니' 시미즈 유코…"심플한 이미지 앞세운 흥미 유발 주효"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어린아이에게나 어울릴 법한 핀을 머리에 꽂고 가방을 메고, 인형을 사는 20ㆍ30대 여성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이 늘면서 귀여움을 강조한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산리오의 '헬로키티'와 폴프랭크의 '줄리어스 몽키'가 대표적이다. 디즈니 영화나 만화의 인기에 힘입은 미키마우스, 스누피 등과 달리 이미지만으로 '키덜트' 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
헬로키티는 단순한 선으로 그린 새치름한 표정의 고양이다. 달덩이 같은 얼굴은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순결한 공주, 소녀에게 귀여운 놀이 친구다. 어린 시절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어른에게는 과거로 향하는 통로가 된다. 관련 상품은 무려 2만여 개. 옷과 장난감은 물론 토스터, 휴지통 등 온갖 생활용품에 부착된다. 1974년 헬로키티를 디자인한 시미즈 유코는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서울 캐릭터ㆍ라이선싱 페어' 마스터클래스에서 "심플한 이미지가 주효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작은 지갑에 넣을 캐릭터를 찾으면서 만들게 됐다. 쉽고 단순하게 그려야 한눈에 귀엽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디자인이 간단명료해서 다양한 상품과도 연계될 것 같았다"고 했다.
헬로키티에게도 약점은 있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없다. 산리오는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게임 등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캐릭터를 파트너로 내세우는 독특한 영업 전략을 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파트너로 두는 공동 브랜딩이다. 헬로키티의 첫 친구는 줄리어스 몽키였다. 2001년 산리오와 폴프랭크의 제휴로 숄더백, 지갑, 티셔츠 등 한정판 액세서리가 제작됐다. 컬렉션에 진열된 상품들은 금세 동이 났다. 2011년 폴프랭크를 인수한 사반 브랜드의 커크 블룸가든 상무는 "줄리어스 몽키가 유명해진 건 협업 덕이다. 다양한 브랜드는 물론 연예인, 모델 등과 함께 마케팅을 진행해 글로벌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탄생 배경은 헬로키티와 흡사하다. 폴 프랭크가 1995년 친구의 생일선물로 캐릭터 지갑을 만들면서 고안했다. 영국의 팝문화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는 심플하면서도 재밌다. 블룸가든은 "음악, 서핑 등의 문화를 지닌 캘리포니아의 특징을 담았다. 우리의 비전은 재미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18세~35세 남성과 여성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각 연령층의 상품에 특징을 살려 상상력, 재미, 자유분방함 등을 담고 있다"고 했다.
헬로키티는 제작 단계부터 소비자의 연령층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시미즈는 "산리오에서 3세~80세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를 원했다"며 "귀여움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모든 연령층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캐릭터는 상품화도 어렵지만 소비자를 이해시키기 어렵다. 심플한 이미지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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