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 진경준 검사장에 정보 제공 혐의
자택·넥슨 사무실 등 검찰 압수수색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은둔의 경영자'.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회장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다. 김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창업해 성공을 거둔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도 언론 노출을 꺼리는 건 마찬가지만 김 회장만큼은 아니다. 그런 김 회장의 신상이 검찰에 의해 낱낱이 털리고 있다.
지난 3월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되팔아 120억원의 차익을 확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검찰 조사의 칼 끝이 김 회장을 향하고 있다. 12일 검찰은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과 넥슨 지주회사인 NXC 사무실, 김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회장은 대학 동기인 진 검사장에게 상장 전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 부부가 소유한 개인회사 와이즈키즈가 넥슨의 부동산 임대업 계열사 NXP를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 넥슨 명의로 임대한 제네시스 차량을 진 검사장이 사용한 정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자신을 철저히 숨겨왔다. 사생활도 알려지지 않았고 벤처 기업가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었다. 그의 '청정' 이미지는 이번 검찰 수사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김 회장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만 밟았다. 요즘 유행하는 전형적인 '금수저' 기업가다. 서울대컴퓨터공학과와 카이스트(KAIST) 대학원 전산학과를 나온 김 회장은 1994년 12월 넥슨을 창업했다. 이후 1996년 출시한 '바람의 나라'가 대박을 터트리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김 회장은 자수성가한 '1조원 클럽' 멤버로 알려졌지만 그의 성공 뒤에는 부친의 적지 않은 도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회장의 부친은 판사 출신 변호사인 김교창씨다. 부친은 넥슨 창업초기 6000만원의 사업 자금을 댔다. 김 회장은 이 돈으로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부친은 넥슨 설립 이후 아들 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법률ㆍ회계 관련 자문을 했다.
김 회장의 어머니 이연자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외가는 교육가 집안이다. 그의 둘째 이모 이성미씨는 덕성여대 교수와 한국미술사학회 학회장을 지냈으며 이모부는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다. 외삼촌 이성규씨는 규장각 관장을 지냈다.
넥슨의 히트작 중에는 자체 개발한 것보다는 외부에서 산 것들이 더 많다. 메이플스토리(위젯), 던전앤파이터(네오플), 서든어택(넥슨지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넥슨이 게임 생태계를 해친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김 회장은 게임과 관련 없는 레고 온라인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등을 인수했고, 전기차나 달탐험 관련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김 회장이 개발자라는 평가보다 '사업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 회장은 회고록에서 "회사 인수합병(M&A)이라는 게 물건 사는 거랑 다르다. 내가 사러 간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 사겠다고 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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