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해공항 '확장' 아닌 '신공항'이라고 강조
활주로·터미널 등 신설…고속도로 지선으로 연결
물동량 급증·해외 노선 확대…영남권 문화 변화
"향후 업무 폭증…'김해공항공사' 탄생할 수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대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씨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 위해 항공편을 알아보다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김해국제공항을 택했다. 공항까지 1시간15분 밖에 걸리지 않고 A380 기종의 직항 비행시간대가 딱 맞아서다. 경북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신모씨도 해외수출 기지를 인천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바꿨다. 물품을 공항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2026년 이후부터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앞으로 영남권과 호남권 일부 거주자들까지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표현 대신 '신(新)공항'이라고 할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활주로가 추가로 건설되고 터미널·관제시설·계류장 등이 새로 갖춰지는 등 영남권 수요를 감당한다는 계획이다.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 용역을 수행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따르면 김해공항에는 3200m 길이 활주로 1개가 새로 놓인다. 연간 28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터미널과 관제시설 등이 추가로 설치된다. 활주로, 터미널 등의 시설물 건설과 보상까지 총 4조1657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들어서는 활주로는 기존의 남북 방향 활주로 2개에 더해 북서 40도 방향으로 계획돼 있다. 기존 활주로와 신설 활주로는 'V자 모양'을 이루게 된다. 활주로 신설로 김해공항의 활주로 수용 능력은 연간 약 15만2000회에서 약 29만9000회로 증가한다. 기존에 착륙이 어려웠던 A380 등도 운항이 가능해진다. 또 터미널 신설로 김해공항 여객 처리 능력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약 3800만명(국내선 1200만명·국제선 2800만명)이 된다.
이 같은 방향으로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사실상 '신공항'으로 재탄생하고 국내·외 여객·물류 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해공항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신공항으로 이해해도 된다"면서 "공사가 마무리되면 김해공항의 면적이 27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ADPi 관계자도 "새로운 활주로와 터미널, 연결도로, 관제탑이 건설되기 때문에 90% 신공항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김해공항에선 국내선 4개 노선(김포, 양양, 인천, 제주)에서 주 448회, 국제선 38개 노선(14개 국가)에서 주 552회 운항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김해공항 확장으로 이용객이 증가할 경우 현재 아시아에 국한된 노선이 미주·유럽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 연결성도 개선된다. 우선 동대구에서 김해공항을 연결하는 철도를 신설해 소요시간을 100분에서 75분으로 단축하고, 대구~부산고속도로와 남해 제2고속도로 지선에서 김해공항을 연결하는 도로(7㎞)를 새로 놓는다.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연내 실시하고 내년에 공항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2026년 개항할 전망이다. 항공업계에선 김해공항이 신공항 수준으로 새로 태어나고 물동량이 급증할 경우 한국공항공사에서 독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신허브 수준으로 공항이 업그레이드 되면 관련 업무가 폭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해공항공사' 같은 기관을 추가로 설립할 필요성도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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