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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시아] 기업 오너의 '갑질'이 낳은 '반기업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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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사회, 희망으로 극복하자] ④경제계
국민 62%가 "기업불신" 66% "사회문제 방관"


[뉴아시아] 기업 오너의 '갑질'이 낳은 '반기업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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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인체에 무해하니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제품 겉포장에 씌여 있던 이 문구를 그대로 믿었다. 아무도 몰랐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사용하던 가습기 살균제가 실은 가족의 생명을 앗아갈 줄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제조사가 독성실험 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발뺌할 때도 설마 대형마트에서 버젓이 팔리던 생필품이 사실은 독극물과 다름 없다는 것을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것을 알고도 기업이 거짓을 일삼은 탓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믿고 제품을 샀던 피해자들은 울부짖고 소비자들은 공분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불안해진 시민들은 이제 탈취제와 방향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등 생활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화학제품을 하나하나 의심하기 시작했다.


# 지난해 생겨난 유행어 중에 '창렬하다'는 말이 있다. 가수 김창렬의 이름을 단 편의점 도시락의 메뉴 구성이 형편없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내용물이 부실해 제값을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르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창렬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호갱' 취급을 받는다. 다시 말해 '호구'가 된 고객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에 불만족할 때 '불매'로 맞대응한다. 고객에게 외면받는 기업은 더 이상 수익을 낼 수도, 외적으로 성장할 수도 없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기업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정서적 반감이 더해지면 소비자들은 '안티'로 돌아서고, 이는 다시 '반기업 정서'로 더욱 확대된다.


최근 수년간 잇따라 발생한 대기업 오너들의 '갑질' 사례처럼 힘의 불균형에 의한 갑을 관계가 드러나는 사안일 경우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진다.


비행기 탑승시간에 늦어 출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항 용역직원의 얼굴을 신문지로 내리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나 기내 승무원에게 난동을 부리다 비행기를 회항시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수행기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비정상적인 운전을 지시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그저 문을 잠갔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한 정우현 미스터피자(MPK그룹) 회장 등 최고 기업인들이 보여준 갑질은 우리사회의 낯 뜨거운 단면이다.


잊어버릴 만하다가 한 번씩 이 같은 사건들이 터지면 가장 먼저 가해자에 대한 거침 없는 비난이 쏟아지고 여론은 해당 기업과 오너의 과거 행적까지 되짚어가며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시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며 사태를 확산시키면 문제가 된 기업들은 엎드려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앞으로는 달라지겠다", "책임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기업의 갑질도 차츰 잊혀지기 마련이어서 갑질의 행태 또한 완전히 근절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동시에 국민과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기업 역시 예전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의 기업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사회적기업연구소가 2014년 글로브스캔 주관으로 세계 26개국에서 조사한 국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설문 결과 국내 대기업을 '매우 또는 대체로 신뢰한다'고 답한 우리 국민은 35%에 불과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2배에 가까운 6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47%가 '신뢰한다'는 긍정적인 답을 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은 52%였다. 국민들이 정부보다 대기업에 대해 불신의 골이 더 깊다는 뜻이다.


이보다 앞서 2012년 진행한 조사에서도 대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답한 우리 국민의 비율은 70%였다. 반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기업이 '잘 기여하고 있다'는 답은 28%, '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66%에 달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은 대기업에 대해 높은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으며 기업이 사회문제에도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재벌가의 갑질 행태는 이 같은 기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전문가들은 특정 기업의 오너가 전문경영인이나 직원보다 자신의 가족만을 신뢰하고 이들을 경영에 참여시켜 막대한 권한을 주게 되면서 이 같은 갑질 세태가 만연해졌다고 지적한다. 오너와 그 가족들만이 기업을 대표할 수 있다는 사고가 결국 국민의 불신을 불러일으킨 원인인 셈이다.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곧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소비자, 노와 사, 갑과 을로 대변되는 집단 간 갈등은 끝내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프레임 속에 갇힐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시금 국민의 애정과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먼저 나서서 모든 구성원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공정하게 이익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윤리, 기업의 신뢰, 기업의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잣대는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궁극적으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오너가 먼저 솔선수범해 의식과 행동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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