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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가뭄에 자금압박까지…조선사 생존의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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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내 A조선사는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와중에 최근 어렵사리 수주에 성공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수주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본계약을 하려면 은행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아야 하는데 조선사 부실을 우려한 금융사들이 RG 발급을 꺼리고 있어서다. RG는 선주가 주문한 선박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은행이 조선사를 대신해 선수금을 돌려주겠다고 보증하는 일종의 보험증서다. 조선사가 필수요건인 RG를 발급 받지 못하면 수주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 조선업체인 B조선사도 발주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선박 건조를 시작했지만, 발주사가 금융사로부터 '선박 건조자금에 대한 대출 확정서를 발급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 아직까지 선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B조선사에 대해 "내년 중 자금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유동성 우려를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 조선사는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조선사들이 구조조정 와중에 가까스로 선박을 수주했지만, 은행들이 이에 대한 RG 발급을 꺼리는 바람에 수주 자체가 취소될 상황에 놓였다. 조선업 침체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금융사들로부터 자금 압박까지 받으며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수주한 물량에 대해 은행이 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조선사들은 이겨낼 방도가 없다"며 "신규 자금 지원은 어렵더라도 정상적인 영업에 대해서는 지원해줘야 하는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조선사에 대한 여신도 축소하고 나섰다. 국내 모 금융사는 최근 C조선사의 1년짜리 단기차입금 1000억원에 대한 만기를 연장하면서 대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개월로 축소했다. 다른 금융사도 이 조선사의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 3개월 연장 방침을 세웠다.


조선사에 막대한 돈을 떼인 금융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폭탄'으로 건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라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 가운데 조선업에 대한 대출 규모가 가장 많은 D금융사의 경우 올해 1분기 조선ㆍ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3300억원을 쌓았다. 이로 인해 이 금융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35.0%나 감소했다. D금융사는 지난해 4분기에도 조선사에 빌려준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1조2800억원의 충담금을 쌓아야 했다. 이에 D금융사는 최근 조선사에 대한 RG 한도를 3조원 가량이나 줄였다.


전문가들은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무분별하게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회피할 경우 정상 기업까지 수렁에 빠져 국가 산업 기반이 망가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창현 시립대 교수는 "최근 일부 금융회사가 일시적으로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는 정상 기업에 대해서도 여신을 회수하는 듯 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산업 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올 때 우산 뺏기'식 영업을 하는 금융회사가 적지 않다"며 "아무리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라 해도 금융회사들이 여신을 회수하면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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