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권선택 대전시장 사건 공개변론 열어…정치인 일상활동 vs 사전선거운동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인이 지역 포럼에 참여해 활동하는 것을 사전선거운동으로 봐야할 것인지를 놓고 대법원이 공개 변론을 열었다.
정치인의 일상적인 활동이라는 의견과 인지도 제고를 위한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오후 권선택 대전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특정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이지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정치인의 일상 활동에 대한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변론 자리를 마련했다.
권 시장은 2012년 11월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설립했고, 포럼은 전통시장 방문과 지역기업 탐방, 시민 토론회, 농촌일손돕기 행사 등의 활동을 했다.
이와 관련 권 시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 모두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원심(2심)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된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의 성격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선거법상 금지된 선거운동기구 '유사기관'인지가 쟁점이었다.
권 시장 측 변호인인 노영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역 포럼활동은 모든 정치인이 행한 전형적인 사회활동으로 19대 국회의원 294명 중 71%가 사단법인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우리 공직선거법과 같이 ‘유사기관’이라는 개념을 규정하고 그 설치 및 이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고,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국가는 일본, 필리핀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근원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박민표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이 사건 포럼의 설립배경, 설립과정, 활동 및 해산 경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사기관에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유사기관의 설립·운영과 정치자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유사기관의 설립과 회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는 정치자금은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참고인 진술을 통해 "이른바 ‘유사 기관 설치’의 문제는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한 선거운동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역의 유권자와 후보자가 서로 정치적으로 소통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상호 교류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선거운동기구의 규모나 숫자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경제력과 조직동원력이 있는 후보자나 기존 정치인들만이 각종 명칭의 선거운동 기구를 설립해 선거운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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